“한 세트라도 제대로 뛰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22)의 요즘 소망이다. 경북대사대부고 재학 시절 강스파이크를 날리며 ‘제2의 김세진’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왜 이렇게 됐을까. 박철우는 요즘 고공강타를 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고교 2학년 때 수술을 받았던 기흉(폐를 둘러싼 흉막 사이에 공기가 차는 것) 증세가 문제였다. 올해 세 번이나 기흉 증세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철우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님에도 23일 2007∼2008 V리그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7득점을 올렸고 2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는 4세트를 모두 선발 출장하면서 팀 내 최다인 21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가 그동안의 얘기를 털어놨다. ▲현대 캐피탈의 박철우.[사진제공=동아일보] ○ 분위기 메이커 V리그 직전에 기흉 수술을 받아 체력훈련을 거의 못했어요. 지금은 정상 컨디션이었을 때의 60% 수준이에요. 그래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 코트에 올랐죠. 득점에 성공하면 예전보다 더 크게 환호하고 오버액션을 했어요. 팀 분위기를 살리자는 생각에서였죠. ○ 기흉이라는 불청객 2003년 프로생활을 시작한 후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프로 5년차로 분위기에 적응할 만한 시기에 기흉이 찾아왔죠. 기흉은 내 몸을 힘들게 하는 존재지만 한편으로 더 높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요. 이 어려움을 딛고 부활한다면 기쁨은 더 커지겠죠. ○ 기억에 남는 장면 5월 월드리그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맞붙었을 때예요. 비록 0-3으로 완패했지만 3세트에 제 스파이크 서브가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해요. ○ 배구는 행복 그 자체 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에요. 배구에 제 인생을 걸었죠. 장윤창 김세진 선배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최소한 10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고 지도자나 교육자 수업을 받을 계획입니다. ○ 운동과 학업 병행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배움에 대한 갈증이 많았어요. 구단의 배려로 2005년 명지대 체육학과(경기 지도 전공)에 입학했어요. 운동과 학업을 함께 하려니 학점은 별로네요.(웃음) 박철우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온 암소 9마리’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 ‘나 자신을 바꾸면 주변의 모든 게 바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누며 살라’는 내용에 공감했다고 했다. 용인=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