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ART]솔직하고당당하게…내면에귀귀울여라

입력 2008-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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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옷을 걸친 한 여자가 한가로이 이를 잡으며 농을 건넵니다. 이를 본 남자가 여자의 너스레에 놀라고 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명월 황진이는 새침한 표정의 요조숙녀가 아니라, 실제로는 넉살 좋은 능청녀였다고 합니다. 황진이라는 당대 기녀가 남자들을 사로잡았던 건 삶을 대하는 ‘솔직함’이었습니다. 삐기자와 러브레터는 ‘사랑’을 권하는 글입니다. 그 대상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자아나 자연, 다양합니다. 2주에 한 번 씩 ‘소설’ 속 캐릭터를 소개하며 사랑편지를 드릴게요. 1925년 현진건이 발표한 를 기억하나요? 자유연애 기운이 폴폴 날리던 시절, 기숙사 사감이었던 B 씨는 무던히도 학생들의 연애를 막았지요.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먹으려는 마귀인 것”이라며 그리도 간절히 부르짖던 B사감이 정작 밤이 되면 남녀 1인 2역으로 낯간지러운 연애장면을 연출하느라 바빴다니, 어이없지 않습니까? 오늘 여러분께 전해드릴 소설은 파울로 코엘료의 ‘포르토벨로의 마녀’입니다. 여성들이 유독 좋아하는 시 구절,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Dance, like nobody is watching you) 한 번쯤은 들어본 구절이죠?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알프레드 D. 수자’의 이 시 구절은 여성들이 꽤 좋아하는 시구입니다. 개인 수첩이나 홈페이지 대문에서 쉽게 볼 수 있죠.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춤추며 사는 인생, 이게 단지 글자로만 끝나서야 되겠습니까?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주인공 아테나는 누구도 개의치 않은 채 춤추며 사는 인생, 시와 일치하는 삶을 사는 여성입니다. 루마니아 집시의 딸로 태어난 아테나는 해를 거듭하고 성장하며, 거침없이 솔직한 감정을 분출하게 됩니다. 출생의 비밀과 이혼의 상처 등 여러 번뇌를 자신이 만난 ‘정점의 빛’, 춤으로 극복하는 것이죠. 그는 단숨에 삶의 고통을 자유로운 몸짓으로 불태워버리고 맙니다. 평화를 얻고자 내면에 귀 기울이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여자 아테나, 이번 주 몸과 마음이 나른해 우울한 분들은 아테나를 만나 허약한 기운을 극복해보세요. 그가 어떻게 집시의 마법에 빠지고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한 ‘마녀’가 되는지 알게 될 거예요.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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