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산수유마을,‘노란꽃아래로스며든봄을엿보다…’

입력 2008-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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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산수유마을 봄 향기 가득한 섬진강변을 달린다. ‘불변’의 뜻을 지닌 산수유를 보러 구례로 간다. 화려한 매화 일색이던 도로는 지리산 자락으로 접어들수록 노란빛으로 그 색깔을 바꾼다.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마을은 온통 수줍은 산수유로 채색돼 있다. 만복대 아래 위치한 상위마을은 마을을 감고 도는 계곡을 따라 수만 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피어 있어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이곳에서 생산된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외지인들은 산수유 핀 좁은 골목을 꽃처럼 수줍게 거닐기도 하고 계곡을 따라 호젓한 봄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북적이던 축제가 끝난 뒤, 이른 오전에 방문하면 노란 터널을 홀로 거니는 여유를 독차지할 수 있다. 산수유는 봄날 세 번이나 꽃이 핀다. 먼저 꽃망울이 벌어지면 20여 개의 노란 꽃잎이 돋아나고 꽃잎이 다시 터지면서 하얀 꽃술이 드러난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산수유 꽃은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의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마을 길, 어깨를 맞대고 산책할 만한 좁고 이끼 낀 고샅에는 ‘사랑의 돌담길’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다. 산동이란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 재료로 비싼 값에 팔려 나간다. 마을 주민들은 이 돈으로 자식을 대학에 보내 산수유나무는 ‘대학나무’로도 통한다. 상위마을 언덕위 정자인 산유정에 오르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위마을 아래 반곡마을 대평교는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가족들과 함께 광양 구례에 들렀다면 섬진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 곡성 증기기관차를 타본다. 이 증기기관차는 곡성 철도공원(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13.2km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구 곡성역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이 촬영됐으며 이곳에서는 철로 위를 수동으로 오가는 철로자전거를 타며 섬진강 봄바람을 맞을 수 있다. ○ 포구와 개나리의 목포 목포는 ‘싸나이’들의 항구다. 또 신명나는 도시다. 서울 뺨치게 없는 게 없고, 젊은 여인들의 패션도 야들야들한 곳이 바로 목포다. 그 목포에 봄이면 개나리가 핀다. 최근에는 노래 ‘목포의 눈물’에 나오는 삼학도가 새롭게 단장됐다. 세발낙지의 ‘몸부림’은 봄 목포 여행의 덤이다. 본격적인 투어는 일단 북항부터 시작한다. 오전 10시면 북항 회센터는 술렁거린다. 신안 뻘낙지 등 세발낙지가 그득하다. 낙지는 전날 날이 맑아야 많이 나온다. 뜨내기 관광객을 위해 제공되는 낙지는 7∼8마리에 1만5000원. 손에 착착 휘감기는 ‘터미네이터 신안 뻘낙지’는 색깔도 거뭇거뭇하고 1마리에 5000∼7000원선. 북항에서 개나리꽃이 한창인 유달산까지는 걷는다. 4월11∼13일 유달산, 북항 일원에서 유달산 축제가 열린다. 한적한 꽃 감상을 위해서는 축제기간은 오히려 피하는 게 좋다. 개나리 감상의 포인트는 혜인여고와 조각공원 사이에 난 산책로. 조각공원, 달성공원의 난식물원, 자생식물원을 꼭 들러본다. 개나리 구경을 실컷 했으면 이제 국제여객선터미널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하야시의 집으로 나왔던 이훈동 정원, 근대식 건물인 목포문화원의 벤치를 지나면 여객선터미널이다. 이 곳은 조폭 두목과 형사의 의리를 담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의 주무대가 됐던 곳이다. 건달의 아지트였던 ‘가오리 3총사’가 기거했던 컨테이너며 몽땅 이곳에서 찍었다, 영화에서 차인표(백성기)와 조재현(남기남)이 질주하던 장면도 바로 옆 여객선터미널 선창가에서 촬영됐다. 선창가 건너편 동명어시장은 말린 홍어, 잘린 홍어 등 홍어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여객선터미널 인근 내항과 연결된 삼학도는 최근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평평한 땅에 봉우리를 만들었고 인공수로와 자전거 산책로가 조성됐다. 소삼학도, 중삼학도 개방에 이어 대삼학도는 2009년 복원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여행이 무르익으면 마지막으로 목포의 밤을 즐겨본다. 목포역 앞의 차없는 거리는 빛의 거리, 걷고 싶은 거리, 젊음의 거리 등이 조성돼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실제로 밤만 되면 목포의 청춘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도 바로 목포역 앞이다. 글·사진=서영진 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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