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우리의것]유년시절에놓인추억한결레

입력 2008-03-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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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차면 질컥거리고, 뛰어가다 보면 훌떡 벗겨지는 검정 고무신. 옛날 어린이들은 천으로 만든 운동화를 신어보는 것이 큰 소원이었다. 물론 검정 고무신이 편리한 때도 있었다. 때가 묻어도 표가 안 나고, 오물이 묻으면 빨래 비누를 묻힌 수세미나 짚으로 닦아내고 나서 물로 헹구면 그만이었다. 물이 새지 않는 고무신은 아이들에겐 좋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냇가에 나가 고기를 잡거나, 흙장난할 때 흙이나 모래를 퍼 담아 부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멱을 감을 때는 바가지 대신 물을 퍼서 끼얹는 데 쓸 수도 있었다. 흰색 고무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고무신이 검정색이었던 것은 폐 타이어나 튜브 등을 주원료로 한 재생고무를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무신에 구멍이 나거나 해지면 고무조각으로 때워서 계속 신고 다녔다. 더 이상 때워서 신을 수 없을 정도로 고무신이 낡으면, 아이들은 고무신을 고물장수에게 가져가 엿이나 강냉이 튀긴 것과 바꿔 먹곤 했다. 지난 날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아니면 신기에 편리하고 가볍기 때문일까? 요즘도 집 안에서 마당을 거닐 때 신는 신발로 검정 고무신을 애용하는 나이 드신 분들을 가끔씩 볼 수 있다. 글·사진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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