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표연기볼수록‘중독’…아줌마형사열연‘제2전성기’

입력 2008-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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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는 한 명 몫인데, 연기하는 역할은 네 명이에요.” 드라마 촬영장의 카메라가 잠시 멈춘 사이 배종옥의 차에 함께 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뒷좌석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세 켤레. 배종옥은 최근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그동안 선뜻 선택하지 못한 의상이었지만 운동화가 주는 자유로움을 뒤늦게 만끽하는 중이다. 요즘 배종옥에게는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55분에 방송하는 MBC 주말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극본 하청옥·연출 이형선, 이하 박정금)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는 상투적인 표현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회를 거듭할 때마다 농익은 연기력을 칭찬하는 인터넷 누리꾼들의 댓글이 드라마 게시판이나 온라인 기사에 잔뜩 붙는다. 누군가는 그녀의 연기를 두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여배우로서는 활동의 기로에 선다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배종옥은 오히려 20대 시절을 능가하는 관심을 받고 있다.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배종옥은 1인 4역을 소화한다. 인간미 넘치는 여형사, 사랑에 빠지는 아줌마,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엄마 그리고 부모 대에 얽힌 가족사를 푸는 해결사까지다. 팔을 걷어 붙이고 뛰어야 할 상황이 많아 운동화 밑창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 “출연료는 한 명 몫인데 역할은 네 명이다”고 푸념을 한다. “액션 하랴, 사랑하랴 그 와중에 질투까지 하려니 정말 난감한데, 4가지 역할 중 어려운 건 그래도 사랑이다.” ‘천하일색 박정금’의 배종옥이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견디지 못할 복잡한 갈등 속에서도 속내 따뜻한 곰살궂은 여성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박정금의 매력이 가장 빛을 내는 순간은 역시 두 명의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연하남 한경수(김민종)와 의사인 친구 정용준(손창민) 사이를 오가는 박정금은 아줌마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을 선물한다. 앞선 출연작 ‘내 남자의 여자’에서 남편과 친구의 외도로 깊은 상처를 받았던 배종옥의 어두운 낯빛은 이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아줌마 캐릭터가 주는 편안함과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하는 형사의 모습은 친근하고 한 편으론 반갑다. 배종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함께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는 김민종을 일약 ‘아줌마들의 로망’으로 떠오르도록 도왔다. 한동안 침체를 겪던 김민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도 배종욱의 도움이 크다. 자신만 홀로 빛나지 않고 상대 배우까지 주목받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배종옥만이 갖고 있는 진짜 강점이다. 작품에서 유독 연하의 남자들과 인연을 맺는 배종옥은 1996년 드라마 ‘목욕탕 집 남자들’에 함께 출연한 김상중을 시작으로 이성재, 박해일, 지성 등을 모두 ‘훈남’ 대열에 올려놓았다. 배종옥도 이런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과연 그들이(연기한 남자 배우들) 알지 모르겠지만 저와 연기하면 모두 스타가 된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실제로도 아줌마인 배종옥은 대부분 아줌마들이 그렇듯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진행하는 드라마 촬영은 물론 매주 목요일이면 중앙대학교에서 ‘매체 연기’를 강의한다. 그래서 그녀는 촬영장 어디서나 손에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준비 중인 논문을 위해 현장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다. 열혈 배우 배종옥. 그녀는 “바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이해리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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