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용돈잊지않았던‘효자거북이’

입력 2008-04-03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터틀맨어머니가밝힌생전의내아들‘임성훈’
“하와이 보내주겠다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2일 오전 급성 심근경색으로 운명을 달리한 터틀맨(본명 임성훈). 그는 살아 생전 주위에서 알아주는 효자였다. 3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4층에 마련된 빈소에서 만난 터틀맨의 어머니 백모 씨는 “세상에 이런 효자가 없었는데 이렇게 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터틀맨은 평소 당뇨병과 담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로 안부를 묻고 곰살맞게 구는 착한 아들이었다. “자신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서 엄마한테 돈 걱정하지 말고 병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잔소리하던 착한 아들이었어요. 돈 없어서 힘든 걸 뻔히 아는데….” 터틀맨이 효심이 남달랐던 것은 무명 시절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로 음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터틀맨은 데뷔 전 경기도 평택에서 홀로 목욕탕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가수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배고프고 힘든 아들을 위해 장사로 모은 돈을 통째로 건네준 어머니의 마음이 고마워 통장에서 비록 적은 액수의 돈을 인출할 때마다 어머니에게 보고할 정도로 마음이 여렸다. “가수를 하겠다고 얘기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어요. 연예계 장벽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가수를)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이왕 시작한 것이니 끝까지 해보라고 했어요. 가게를 팔아서라도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그게 그렇게 고마웠나봐요.” 어머니 덕분에 터틀맨은 2001년 혼성그룹 거북이로 데뷔했다. ‘사계’가 많은 인기를 누리며 터틀맨은 누구보다 행복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속사와 갈등이 깊어지고 급기야 소송까지 벌어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수라는 직업에 회의까지 느꼈다고 한다. “전 소속사와 겪는 갈등 때문에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성훈이는 ‘난 엄마한테 용돈을 드릴 수 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기쁘다’면서 항상 웃었어요.” 세상 떠나기 며칠 전부터는 터틀맨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가요계 현실 때문에 힘겨워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후속곡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데 여러 가지 부담감을 느끼는 듯했다”며 “얼마 전에 전화 통화에서는 ‘요즘 음반도 너무 안 팔리고 상황이 힘들어 가수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나눈 말은 하와이 여행이었다. 터틀맨은 늘 입버릇처럼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한 어머니를 해외여행 보내주겠다고했다. 어머니는 “요즘 수입이 하나도 없는 걸 내가 아는데도 ‘엄마 하와이에 보내주겠다’고 말했다”며 “힘들어 하면서도 나 챙길 걱정만 하는 착한 녀석이었는데….”라고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문을 닫았다. 한편 터틀맨의 유작이 된 신곡 ‘마이 네임’ 뮤직비디오는 주말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다음 주 초 공개될 예정이다. 거북이의 추후 활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 발인은 4일 오전 11시30분이며 터틀맨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1시20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