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After]“하위권헤맬때가족에미안…이제야아빠노릇한것같아”

입력 2008-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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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와 인터뷰를 하면 꼭 한 번쯤 꼭 화두에 오르는 주제가 바로 ‘가족’이다. 화려한 스타로 살아온 인생 뒤편에 어려운 시절도 분명 있었을 터. 그들이 힘들었을 때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성희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나가던 팀이 부도로 해체된 후 독일 프로팀 감독으로 있던 이희완 감독의 권유로 해외 진출을 결심한 때가 1998년. 결혼식을 올린 직후, 신혼 초였다. 생소한 언어에 음식도 입에 맞지 않던 시절. 유일한 낙은 그를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김은정씨·36)였다. 독일에서 성공적인 두 시즌을 보내고 잔류 제의를 받으면서도 2000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타국에서 2년 간 고생했던 아내를 배려한 결정이었다. 올 시즌 우승으로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준 것 아니냐고 묻자 이성희 코치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프로배구 출범 후 GS칼텍스가 내내 하위권에 머물면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 ‘그 때는 우리 팀이 지는 것이 뉴스가 됐는데….’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간의 빚을 모두 갚았다. “아들(광재·9)이 10살인데요. 우승하던 날 경기장에 아내와 같이 응원을 했거든요. 경기 끝나고는 너무 정신이 없어 가족들과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못했는데 다음 날 집에 들어가니 아들이 한참을 떠들더라구요. 학교가서 너무 자랑을 많이 했다구요. 그 신나 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아버지 노릇 한 번 한 것 같네요.” 인터뷰 말미 이성희 코치에게 한 마디 건넸다. “이제야 아버지 노릇을 하다뇨. 그런 생각 마세요. 아들이 철이 든 후에는 아버지가 옛날에 얼마나 훌륭한 선수였는지 잘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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