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스“발댔어”,심판“발안댔어”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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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어처구니없이1점헌납한까닭
“수비만 따지면 박진만과도 안 바꾼다.” 용병 유격수 윌슨 발데스에 대한 KIA 내부의 평가다. 이런 발데스가 10일 광주 SK전 수비 도중 ‘야구판 자살골’에 비견될 기막힌 실점을 헌납했다. 예의 없이 심판에게 대들다 ‘괘씸죄’를 자초한 꼴이었다. 전말은 이랬다. 0-0으로 맞서던 2회 원아웃 1,2루. SK 조동화가 KIA 선발 호세 리마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치고 말았다. 리마는 주저 없이 유격수 발데스에게 송구했고, 발데스는 2루 베이스를 스쳐 지나가며 1루에 송구했다. 타이밍 상 틀림없는 1-6-3의 병살 플레이였다. 리마는 포효하며 의기양양하게 덕아웃으로 향했고, 발데스를 포함한 수비진 전원이 철수했다. 그런데 그 사이 SK 2루주자 이진영은 3루를 돌아 홈까지 걸어 들어갔다. ‘죽은 줄 알았던’ 1루주자 나주환도 유유히 3루까지 갔다. 야구가 1이닝 4아웃제로 바뀌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등 뒤에서 벌어지자 KIA 야수진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심판진은 SK의 득점을 인정했다. 무실점 이닝 마감이 졸지에 1득점 인정, 투아웃 3루로 변모한 까닭은 김병주 2루심의 매눈이 번뜩인 때문이었다. 김 심판원은 ‘발데스가 병살 플레이 중 2루 베이스를 스쳐 지나가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라고 지적했다. 슬로모션으로 봐도 발데스가 베이스를 밟지 않은 것은 명백했다. 물론 룰대로 하자면 베이스를 밟아야 아웃이겠지만 타이밍으로 아웃 판정을 내리는 ‘보편적’ 관례에 비춰볼 때 KIA로선 황당하고 억울한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직전 공격에서 발데스가 주자로 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 판정을 받은 뒤 헬멧을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린 장면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기 플레이에 자신도 속은 발데스는 김 심판원을 졸졸 따라다니며 뒤통수에 대고 항의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조범현 KIA 감독까지 나와서 항의했으나 돌이킬 수 없었다. 더 어처구니 없는 점은 기록원이 장성호에게 에러를 부여한 대목이다. 최종 수비자인 1루수 장성호의 부주의로 2루주자가 홈까지 밟았다는 유권해석이었다. 정작 ‘동기유발자’ 발데스에 대해선 기록상 아무 잘못도 표기되지 않았다. 발데스는 이후 3회 SK 김재현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앉은 채로 1루에 송구해 아웃시키는 미기를 펼쳤지만 그걸로 수습되기엔 엎어진 물이 너무 많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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