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낙하산투수’는가라

입력 2008-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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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이란 게 중론인 것 같다. 야구로 치면 1사 만루의 결정적 기회에서 한나라당의 4번타자가 병살타를 친 것과 같다. 한방이면 일방적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자만에 가득 찬 4번타자는 홈런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서 상대 투수의 체인지업에 말려들고 만 꼴이 됐다. 그 결과 게임은 더 재미있게 진행 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필자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게임이 막 시작됐지만 과연 그 많은 선수들(국회의원) 중 몇 명이나 체육계를 가로막고 있는 ‘전봇대’를 뽑기에 관심을 기울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많은 악법(?)과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조례와 규제가 곳곳에 널려 있지만, 지난 국회까지는 큰 관심도 없었다. 도리어 전봇대를 뽑기 보다는 하늘에서 떨어진 낙하산들이 전깃줄에 엉켜 체육계의 ‘전기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총선이 끝난 이제부터 낙하산을 펴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꽤 많을 것 같다. 일류 프로출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난제가 깔려있는 게 체육계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들이 마구잡이로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체육인들은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체육계는 산적한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학원 스포츠의 유명무실화와 황폐화, 엘리트 스포츠와 프로스포츠의 위기, 예산 낭비와 비 효율적인 관리, 애정없고 전문성이 부족한 체육계 수장들의 관행이 되풀이 되면서 체육인들은 저항의지 마저 잃은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 체육인들이 거는 기대는 어느 때 보다 높다. 따라서 그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인사를 전진 배치 시켜야 할 것이다. 잘 살펴보면 체육계의 전봇대를 뽑을 수 있는 유능한 체육 전문가들은 곳곳에 있다. 9회말 2사 만루 투 스트라이크 쓰리볼의 절박한 상황과 같은 체육계에 경험없는 낙하산 투수로는 위기를 모면하기 어렵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 생활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감독, 코치, 해설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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