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의 열변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시집이라고? 왠지 시집을 읽고 있는 춘자의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깜짝 놀란 낌새를 눈치 챈 그녀는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고는 “원래 저 여자에요”라며 자신의 실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무대 울렁증이 있어요. 낯가림도 너무 심해서 연예인들과도 인사만 했지 살갑게 굴지 못하죠. 심심해서 시작한 뜨개질은 2시간에 모자 하나 뜰 정도로 늘었어요. 요즘에는 생활 도자기 굽는 것도 배우고 있고. 아! 저 술도 못 마시는데. 안 믿기시죠? 원래 소주 한 잔도 못 마셨는데 지금은 세 잔까지 늘었어요.”(웃음)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춘자는 오히려 “에이∼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시면 안 되죠”라며 타박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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