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독한자매’들이온다

입력 2008-04-2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애자…’·‘태양의여자’등자매간탐욕그린드라마잇따라
드라마 속 자매는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애증의 관계였을 때 빛났다.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시청자의 호응은 뜨거웠다. 피를 나눈 두 여자를 갈라놓는 갈등의 중심에는 ‘엇갈린 운명’이란 게 있었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빼앗고, 반대로 누군가는 빼앗겼다. 언니나 동생 가운데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냐’는 역할이 설정된 뒤에는 무엇을 가로챌 것인가란 과제가 주어졌다. 대개는 돈과 남자로 귀결됐다. ○ ‘남보다 더한 자매’를 그린 드라마 ‘가해자와 피해자, 돈과 남자’라는 드라마 속 자매의 묘한 함수 관계는 86년 방영됐던 ‘사랑과 진실’, 97년 전파를 탄 ‘신데렐라’를 통해 진가를 발휘했다. ‘안방극장의 여제’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MBC ‘사랑과 진실’에서는 동생이 가해자였으며 언니의 부를 빼앗았다. “네 언니가 사실은 서울 사는 부잣집 여식이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동생 혼자 듣고는 곧바로 상경, 자신이 언니 행세를 하는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시 동생 역은 배우 원미경이, 언니는 정애리가 맡았다. MBC ‘신데렐라’의 경우는 어땠을까. 언니가 가해자였고 동생의 남자를 가로채려 했다. 이 드라마는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듯, 죽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 동생의 남자 때문에 급기야 언니가 미쳐버리기까지 했다. ‘신데렐라’에서 언니는 배우 황신혜가, 동생은 이승연이 연기했다. ○ 여전히 변주되는 ‘애증의 자매코드’ 변주는 드라마의 미덕이다. 21일 첫 방송된 SBS 일일극 ‘애자 언니 민자’(극본 윤정건·연출 곽영범)는 동생이 가해자가 돼 언니의 남자를 가로챈다. 언니의 남자와 결혼해 졸지에 부자가 된 동생 역은 이응경이, 불운의 언니는 배우 차화연이 맡았다. 반대로 언니가 가해자인 드라마도 조만간 시청자에 선보인다. 6월 초 KBS 2TV를 통해 방영되는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여자’(극본 김인영·연출 배경수)가 그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언니는 입양된 가정에서 태어난 동생을 내다버리고 사랑과 부를 독차지한다. 비정한 언니는 배우 김지수가, 동생은 이하나가 연기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란 구분까진 그렇다 치고 쟁탈의 쟁점이 돈과 남자인지라 욕은 욕대로 얻어먹는 게 이른바 ‘남보다 더한 자매 드라마’의 특징이다. 애증의 자매 코드에 기댄 드라마는 그러나 ‘여자의 인생을 좌우지하는 게 비단 부와 남자 뿐이냐’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시청률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때문이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