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문에툭’…안정환의황당골

입력 2008-05-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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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무례한벼락슛에공짜로한골얻어‘머쓱’,고종수,골세리머니전다리에쥐나들것신세
1990년대 후반의 축구 팬들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안정환(32·부산)의 반 박자 빠른 슛과 ‘축구천재’로 불린 고종수(30·대전)의 거침없는 왼발 킥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2008년 5월 18일 오후. 두 선수가 홈팬들 앞에서 오랜만에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안정환은 2000년 7월 5일 부천과의 경기 이후 8년 만에 맛 본 정규리그 골. 고종수 역시 정규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전남전 이후 처음이다. ‘와신상담’ 끝에 올해 재기에 성공한 두 선수의 감격적인 골 뒤풀이가 연출될 만한 상황. 하지만 이날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도, 고종수의 덤블링 세리머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부산-성남전이 벌어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전반 36분, 부산의 김유진은 동료 김태영이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볼을 밖으로 걷어냈다. 스로인을 하게 된 성남이 관례적으로 부산 쪽에 볼을 줘야하는 상황. 최성국의 스로인을 받은 두두가 부산 진영으로 볼을 보냈지만 데굴데굴 구른 볼은 공교롭게도 부산 진영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 멈춰 섰다. 김유진이 볼을 잡아 터치한 순간 두두가 이 볼을 다시 가로채 조동건에게 연결했고, 이는 곧바로 최성국의 골로 연결됐다. 멍하니 있다가 당한 부산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노릇. 부산 선수들은 킥오프 이후에도 계속해서 항의를 했고 결국 성남은 부산에 고의로 한 골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전반 42분, 안정환은 성남 진영 한복판을 홀로 유유히 돌파해 텅빈 골문에 볼을 차 넣었다. 축구경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1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7년 4월 6일 부천-울산의 개막전. 후반 29분 부천 윤정환이 중앙선에서 상대에게 볼을 되돌려준다고 찬 볼이 45m 중거리골로 연결됐다. 울산 골키퍼 김병지가 너무 나와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부천은 속개된 경기에서 고의로 수비를 하지 않아 울산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두 팀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황당하긴 고종수도 마찬가지. 같은 시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 서울의 경기에서 0-1로 대전이 뒤지던 후반 44분, 상대 문전 왼쪽에서 부영태의 패스를 받은 고종수가 왼발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감격에 찬 표정으로 두 팔을 벌리고 뛰어가던 고종수는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고종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이 터진 순간 무슨 세리머니를 할까 고민하던 순간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났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대전=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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