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수‘재기를넘어레전드가되길’

입력 2008-05-19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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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 ‘스타는 위기에서 빛난다’라는 말이 있다. 즉 스타 플레이어들이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능력을 발휘하며 패배 직전의 팀을 구해내 만들어진 속설이다. 지난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 FC 서울의 정규리그 10라운드. 이날 두 팀간의 경기에서도 이 속설은 불변의 법칙처럼 이어졌고, 팬들은 팀을 구한 스타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주인공은 ‘돌아온 축구천재’ 고종수(31)였다. ●극적인 동점골 경기장 전광판이 90분을 가릴킬때 쯤 대전은 0-1로 뒤지고 있었다. 경기 내내 대표팀급 스쿼드를 자랑하던 서울의 강한 압박축구에 끌려다니던 대전의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패배를 인정하려할 때 그라운드에서는 고종수의 조용한 반란이 준비되고 있었다. 후반 종료 직전 문전 왼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종수가 회심의 왼발슛으로 굳게 닫혀 있던 서울의 골네트를 가른 것. 워낙 정확히 골문 구석으로 향한 슈팅이었기에 89분 동안 선방했던 김병지도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 김호 감독의 믿음 속에 스타성 입증 지난 2006년 팀 내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이관우가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뒤 대전은 스타 플레이어 물색에 나섰다. 하지만 대전은 시민구단의 열악한 재정상태와 대형 선수 수급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힘겹게 구단을 운영해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명장’ 김호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한 대전은 축구인생을 마감하려던 고종수까지 데려와 그의 천재성을 일깨웠다. 당시 고종수는 선수로서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만큼 몸상태가 엉망인 상태였고, 일부에서는 ‘재기불능’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 감독 역시 지난 시즌 중반까지 고종수를 경기에 내세우지 않고 벤치에만 앉혀 둘 정도로 ‘축구천재’의 부활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기다림은 대전의 슈퍼스타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고종수는 지난해 피나는 재활훈련을 마치고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전성기때의 기량에는 약간 못미쳤지만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다. 고종수는 올 시즌 부상에도 불구하고,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 대전의 레전드로 남아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고종수가 대전에 둥지를 튼지 고작 2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의 팀 내 입지는 거의 레전드급에 가깝다. 우선 모든 공격이 고종수의 발에서 시작될 정도로 나머지 선수들은 볼을 잡자 마자 가장 먼저 고종수를 찾기 바쁘다. 예전과 같은 화려한 발재간과 빠른 스피드를 내세우지 않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는 성실함이 그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김 감독 역시 고종수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전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하며 동료들의 문제점까지 집어내는 등 플레잉코치 역할까지 하는 고종수가 예뻐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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