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준비는끝났다…맨유가이기는3가지이유

입력 2008-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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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새벽챔스리그결승…결전현장서‘필승결의’
‘감’이라는 게 있다. ‘어떻게 될 것이다’는 그런 느낌을 말한다. 예측이요, 전망이다. 22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앙숙’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간의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어떤 감이 지배하고 있을까. 맨유일까, 첼시일까. 단판 승부이기에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박지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맨유 우승을 갈망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어떤 감이 앞서는 지,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접근해보자. 우선 모스크바는 첼시의 홈경기 같은 분위기다.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때문이다. 공항이나 시내 곳곳에 나붙은 광고판에는 첼시를 홍보하는 문구가 압도적이다.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은 없다)’이라는 모 용품업체(첼시 후원)의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현지에서 만난 러시아 기자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일방적인 갈망일 뿐이다. 첼시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불리하기 짝이 없는데도 말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는데, 이는 큰 대회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챔스리그 결승이라면 떨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이 또 다른 우승의 전제조건이라고들 한다. ‘전통의 명문’ 맨유는 1967-1968시즌 처음 꿈의 무대 주인이 됐고, 1998-1999년에는 ‘트레블’(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 FA컵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챔스리그 결승에 2번 올라 100승률이다. 올시즌에는 1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FA컵 우승도 11차례다. 정규리그 우승의 여세를 몰아 ‘더블’을 노리는데, 자신감이 최고의 무기라고 말한다. ‘신흥 강호’ 첼시는 정규리그 3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와는 인연이 없다. 최근 4년간 챔스리그 4강에 3번이나 올랐지만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큰 대회에서는 아직 맨유의 관록에 뒤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경기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령탑의 차이도 크다. 알렉스 퍼거슨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명장이다. 1986년 11월부터 21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퍼거슨은 구단으로부터 종신계약을 제의받을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선수들을 강하게 다루지만, 위기에 닥친 선수들에게는 따뜻한 인간미로 감싸는 그런 성품이다. 그가 은퇴하지 않는 이유가 ‘어게인 챔스 우승’ 때문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반면 지난해 조세 무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에 앉은 아브람 그랜트는 결승까지 올랐어도 구단과는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연임 여부 조차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온갖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탓인지 그랜트는 최근 “구단이 내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결별을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도 비슷하다. 맨유의 핵심인 호나우두의 이적설이 불거졌을 때다. 당사자인 호나우두는 “내가 맨유에 남아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큰 도움을 준 퍼거슨 감독이 있기 때문”이라며 굳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호나우두의 단짝인 웨인 루니도 “호나우두가 언제까지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팀 잔류를 소망했다. 박지성도 인터뷰 때마다 팀내 분위기는 최고라고 치켜 세우곤 했다. 이에 반해 첼시는 결승전이 코앞인데도 이적설로 어수선하다. 핵심 수비수인 카르발류는 “다음 시즌 우리 팀의 스쿼드가 자칫 붕괴될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즌이 끝나면 드록바 등을 포함해 주요 선수들의 이적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또한 몇몇 선수는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시하거나,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어쨌거나, 현 상황으로 보면 맨유의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그래서 ‘감’이 맨유 쪽이다. 다만, 이는 단지 ‘감’일 뿐이다. 공은 둥글고,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신도 그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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