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21C必聽음악실]가장센,가장알찬일렉트로니카의정수

입력 2008-05-2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 해부터 가요계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생소한 단어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빅뱅이 ‘거짓말’이란 메가 히트곡으로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차용을 처음 선언한 후 올 해 들어 쥬얼리 거미 등 가요 차트 1위 히트곡에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일렉트로니카는 원래 강조된 전자 사운드, 특정 리듬의 지속적인 반복, 그리고 보컬의 전자음 변조 등이 특징인 음악이다. 해외에서도 대세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살짝 비주류의 음악인데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서 일렉트로니카 히트곡이 휩쓸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기까지 하다. 일렉트로니카가 이렇게 대유행이 될 줄 엄정화는 알고 있었을까. 엄정화는 좀 억울할 듯 싶다. 그녀는 일렉트로니카 대유행에 훨씬 앞서 2004년 음악적 대변신을 시도하며 일렉트로니카 음반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인기 가수로는 최초로 전면적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는지 음반은 평가에 비해 좋은 판매고를 기록하지 못했다. 엄정화의 가수 생활은 ‘페스티벌(Festval)’이라는 곡으로 대표되는 ‘명랑 댄스’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2004년 데뷔 10주년을 넘기며 내놓은, 두 장으로 구성된 8집 음반 ‘셀프 컨트롤(Self Control)’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두 CD 중 메인 CD가 한국의 내로라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과 작업한 정통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담은 CD는 ‘셀프 컨트롤(Self Side)’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는 뜻이다. 추가된 CD에는 과거 자신의 히트곡과 유사한 대중적인 곡들이 채워져 있었고 ‘컨트롤 사이드(Control Side)’로 명명돼 있었다. 음반은 어정쩡한 구성이었지만 엄정화의 뜻은 분명해 보였다. ‘셀프(Self)’ CD에 담긴 음악들은 달파란 프랙탈 같은 정통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을 중심으로 정재형 윤상 정원영 등 가요계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가세해 대중가요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일렉트로니카 음악들로 짜여졌다. ‘이터너티(Eternity)’ ‘플라잉(Flying)’ ‘유니언 오브 더 스네이크(Union of the Snake)’ 등 엄정화의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은 프로듀서를 맡은 정재형이 대중성도 적절히 가미해 시대만 잘 만났으면 히트곡이 될 수도 있는 곡들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급격한 변화에 당황했는지 엄정화의 8집에 냉담했다. 그래도 엄정화는 늘 보여주던 이미지처럼 씩씩했다. 2006년 9집에서 일렉트로니카를 버릴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일렉트로니카를 다시 추구했다. 이전보다 댄스적인 요소를 많이 버무린 이 음반은 여전히 대히트곡을 내지 못했지만 ‘대중가수 엄정화’가 ‘뮤지션 엄정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