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뮤직Review]‘황혼의색소폰’영혼을홀리다

입력 2008-05-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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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구부정한 허리로 다리를 절룩이며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불경스럽게도(?) 측은함이 앞섰다. 과연 저런 상태로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색소폰을 제대로 연주해낼 수 있을까? 가뜩이나 소니 롤린스는 몸살을 이유로 22일 기자회견마저 취소한 상황이었다. 거장의 첫 내한공연은 뜻 깊었지만 아무래도 ‘오려면 좀 일찍 오시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소니 롤린스가 누구인가? 살아있는 재즈의 신화. 마일스 데이비스, 델로니우스 몽크, 존 콜트레인 등이 줄줄이 간 마당에 소니 롤린스를 직접 육안으로(오페라글라스까지 가져갔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보낼 각오가 되어 있는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곡에서 자신의 솔로 타이밍을 놓치는 등 출발이 불안하다. 게다가 무슨 생각인지 자꾸만 뒤돌아서서 연주를 했다(제발 얼굴 좀 보여주세요!). 하지만 명불허전이란 말이 괜히 있을까. 소니 롤린스는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몸이 풀리는 듯 하더니 막판 ‘소니 플리즈(sonny please)’에서 그야말로 활화산같은 ‘끝장연주’를 들려주었다. 아아! 이것이 정녕 내일모레 여든이 되는 할아버지의 연주란 말인가! ‘바람의 전설’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문득 오버랩되었다. 손을 덜덜 떨며 연신 기침을 해대던 박노인이 춤을 추는 순간 굽은 허리를 죽 펴며 자이브의 대가로 돌변하던 바로 그 장면. 색소폰을 입에 문 소니 롤린스는 더 이상 79세의 노인이 아닌 열혈 청춘의 ‘하드밥퍼’로 완벽하게 돌아와 있었다. 소니 롤린스가 색소폰을, 아니 색소폰이 소니 롤린스를 연주한 황홀한 공연. 23일 공연에서 앵콜곡을 외면했던 소니 롤린스는 25일 자신의 최고 히트곡 ‘St. Thomas’를 덤으로 선물했다. 과연 이 아름다운 거장의 실황을 내 인생에서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내일의 태양이 서남쪽에서 떠야할지언정, 내 행운의 동전을 힘껏 던져보기로 했다. 소니, 플리즈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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