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조국의골문에골을넣었다

입력 2008-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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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에서 라듐과 풀로늄을 분리해 인공 방사능의 시초를 마련한 마리 퀴리는 어린 시절 압제국 러시아 장학사 앞에서 “내 조국은 폴란드”라고 외쳐 잔잔한 감동을 줬다. 수십년 뒤 그라운드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차군단’ 독일대표팀의 폴란드 태생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3·바이에른 뮌헨)가 그 주인공이다. 9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뵈르테르제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2008 B조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포돌스키는 전반 20분과 후반 27분 두 골을 넣어 독일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국제대회에서 득점한 선수는 대개 열정적인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하지만 포돌스키는 그럴 수 없었다. 대신 관중석의 가족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조용히 뒷풀이를 했다. 그의 눈빛과 표정엔 우수가 가득했다. 대회 예선 9경기에 출전, 8골을 기록한 포돌스키는 본래 폴란드 글리비체 출신이다. 그는 공산정권이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에 의해 무너지기 2년 전인 1987년 독일로 이주했으나 가족 대부분은 여전히 폴란드 국적을 지키고 있다. 스탠드 한쪽을 채우고 “폴스카(POLSKA)”를 외친 폴란드 팬들이 포돌스키가 슛할 때마다 야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첫 골을 도운 미로슬라프 클로제도 폴란드 태생이었으니 아픔은 더욱 컸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모두 기립해 ‘역사의 아이러니’에 울어야 했던 이들을 한껏 격려했다. 포돌스키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나는 폴란드 태생이다. 폴란드는 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1939년 나치가 폴란드를 무력 침공하며 야기된 불행한 과거사는 축구서도 이어져 독일과 폴란드의 대결은 ‘유럽판 한일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폴란드는 1933년 이후 독일과 맞대결에서 4무11패로 절대 열세였고, 이 흐름은 유로2008에서도 이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독일 축구는 동서 통합 이후 적극적인 이주민 정책으로 유망주를 대거 활용한 반면 폴란드는 대표팀을 놓고 고민하던 포돌스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쾰른FC(2부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뒤 2006년 1월부터 ‘전통의 명가’ 바이에른 뮌헨에 몸담고 있는 포돌스키는 2006독일월드컵에서 3골을 넣고, 신인왕을 수상해 확실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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