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지않는강심장연마…20년간치밀했다

입력 2008-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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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서거원(52)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가 청와대 경호실과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강의 주제는 ‘도전과 성취 그리고 열정’.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비결을 들려줬다. 서 전무는 이 자리에서 “한국 양궁은 수많은 도전을 받으면서도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핵심은 열정과 노력이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타고난 자질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 어떻게 정상에 올랐고, 20년 넘게 수성하고 있을까. 열정과 노력이 담긴 양궁 훈련을 눈여겨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 홈 텃세 극복훈련 최근 양궁대표팀은 베이징 양궁장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가상 훈련시스템을 선보였다. 선수촌 양궁장 사방에 전동식 대형실사 롤 블라인드를 설치해 놓았다. 그 블라인드에는 관중 뿐만 아니라 양궁 관계자나 취재진 모습까지 담고 있고, 활을 쏠 때면 중국어로 방송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음성이나 관중 함성, 야유 등도 들려준다. 베이징 양궁장의 발사대가 관중석과 너무 가까워 중국 응원단의 함성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이다. 이와 함께 양궁협회는 양궁장의 풍향이나 풍속, 기온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결전을 대비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미디어훈련’도 실시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평화의 문 광장에서 올림픽대표팀과 실업대표팀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 거기에는 일반 관중은 물론 사진 기자석이 배치돼 셔터 소리를 들어가면서 경기를 진행한다. 이 또한 활을 당길 때의 클리커(clicker) 소리와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한 가상 테스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정신력 강화와 담력 훈련을 위해 육군정보학교(경기도 장호원)에 입소하기도 했다. 정보학교의 훈련장은 ‘ㄷ’자 형태의 반지하식 콘크리트 건물로 길이 200m인 미로 중간 중간에 공포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 상당한 훈련 효과를 봤다. ○ 20년 전부터 획기적인 프로그램 마련 이처럼 양궁은 이전에도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눈길을 끌어왔는데, 그 시발점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 개인에서 서향순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88서울올림픽을 앞둔 87년 호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노 골드의 치욕을 당하면서 협회는 다급해졌다. 홈그라운드에서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서 전무는 “당시 협회 차원에서 훈련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냥 프로그램이 아니라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체력과 정신력 강화를 위해 지옥훈련을 실시했다. 예를 들면 11m 하이다이빙, 번지 점프,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면서 담력훈련 쌓기 등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HID(북파공작원) 훈련, UDT(수중파괴반) 훈련, 공수특전단 훈련, 고공 훈련 등도 실시했다. 한밤 중에 천호대교에서 여의도 63빌딩까지 걸어가는 등 밤새 걷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는 정신력, 체력 훈련과 시차적응 훈련을 겸하고 있다.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파주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나, 제주도월드컵경기장도 찾았다.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는 야구장에서 훈련해 눈길을 끌었다. 소음과 함성, 야유 등 환경적인 변수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는 아테네 양궁장과 가장 흡사한 경륜장과 경정장 등을 찾아 관중 앞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서 전무는 “야구장에서 훈련할 때는 전광판에 선수의 얼굴이 나오자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보완해나가면서 훈련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양궁 훈련 방식을 보고서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실제로 훈련 효과를 많이 봤고 결과도 좋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단 1점을 높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동원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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