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옥실,거짓정보에용기백배난적발레바격파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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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술 감독의 명함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개인전 시상식 직후 찍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당시 장 감독은 여자대표팀 코치였고, 윤미진·김남순·김수녕은 금·은·동을 휩쓸었다. 한국의 가장 큰 라이벌은 ‘이탈리아의 신궁’ 나탈리아 발레바였다. 랭킹라운드에서도 2위로 결선에 진출, 한국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발레바의 8강 상대는 북한의 최옥실. 북한은 유니폼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시드니에 왔다. 세계정상급 선수인 발레바의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정보도 취약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직후 남북화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던 시절, 체육교류도 활발했다. 북한 김용남 코치는 장 감독에게 발레바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장 감독은 발레바를 잡기 위해 꾀를 냈다. 16강전까지 발레바의 18발 평균은 163.7점. 최옥실은 161.0점이었다. 하지만 발레바의 점수를 몇 점 줄여 거짓정보를 흘렸다. “(최)옥실아, 쟤 아무 것도 아니야. 평소에 너 하던 대로 하면 그냥 이긴다.” 기대가 현실이 됐다. 자신감에 찬 최옥실의 화살은 연거푸 정중앙을 꽂았고, 무명선수의 활약에 당황한 발레바는 부진했다. 결국 4강은 모두 주몽의 후예들로 채워졌다. 껄끄러운 상대를 잡아 준 최옥실은 4강에서 김남순에게, 3·4위전에서는 김수녕에게 패하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메달사냥을 도운 동포들에게 장 감독은 선물까지 건넸다. 시상식 직후 장 감독은 축하파티를 벌이느라 밤늦게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북한으로서도 4위는 만족스러웠다. 김용남 코치는 그 시각까지 장 감독을 기다려 인삼주로 답례했다. 장 감독은 “아직도 김용남 코치와 최옥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양궁에서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준 사례”라고 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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