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김장훈“쓰러져도다시선다”

입력 2008-06-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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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은 흔히 ‘무대 위에서 쓰러지고 싶다’고 말한다. 적어도 김장훈에게 이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정말 무대 위에서 쓰러졌다. 28일 오후 9시20분, 충남 보령시 신흑동 공영주차장 특설무대. 가수 김장훈은 “몸과 목이 걸레가 됐”지만, 서해안 주민들의 웃는 얼굴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이날 ‘김장훈의 서해안 페스티벌’은 ‘우리는 여전히 서해안을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1만여 관객 속엔, 그가 지난 겨울 중점적으로 기름 제거 작업을 했던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 호도의 90여 명 주민들도 있었다. 겨우내 11번이나 찾아와 희망을 준 이 ‘키 큰 가수’의 초청으로 이웃들과 오랜만에 육지구경도 할 겸 배를 타고 나왔다. 이들에게 김장훈은 각별한 존재이며 ‘희망’의 상징이다. 지난해 12월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후 자원봉사자들은 태안으로만 몰렸다. 태안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보령에는 고작 2만2000명이 다녀갔다. 그래서 김장훈은 ‘풍요 속 빈곤’에 허덕이는 보령에 자원봉사의 중점을 뒀고, 소외받던 호도 주민들은 희망을 얻었으며 재기 의지를 갖게 됐다. 신준희 보령시장은 이날 “김장훈이 보령에 깨끗한 바다를 되돌려줬다. 그는 정말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며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믿음을 보냈다. ○ ‘기부천사’, 이제는 몸까지… 김장훈은 방재작업을 위해 2억 원을 썼고 공연을 준비하며 또 자비 3억 원을 들였다. “돈을 줄테니 우리 회사 로고를 내걸어달라”는 한 기업체의 제안도 거절했다. 마음으로 돈을 주면 받았겠지만, 굳이 기업 홍보를 해주면서 도움을 받기가 좀 불편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면서 김장훈은 지난 일주일간 하루 1시간 밖에 자지 못했고,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진 상태였다. 세 번째 곡 ‘연예인’을 부르다 쓰러졌지만, 그나마 ‘난 남자다’ ‘커플’ 두 곡을 부른 건 기적에 가까웠다. 관객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순간 현기증을 느낀 듯 김장훈은 휘청거렸고, 연방 식은땀을 흘렸다. 공연 전 “오늘 AR(립싱크)로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한 농담은 헛말이 아니었다. 김장훈은 평소 공황장애로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 새벽이 돼서야 잠들 수 있고, 수면시간도 고작 하루 서너 시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는 늘 씩씩했다. 자신은 월세를 살면서 지난 9년간 40억원을 기부한 ‘천사 같은’ 마음씨도 그런 씩씩함에서 오는 듯하다. ○ 그래도 희망은 계속된다 비를 맞으며 무대에 선 그는 쓰러지기 직전 “기름도 이겨냈는데, 비를 이겨내지 못하겠느냐”며 서해안 주민들에게 끝까지 용기를 주려고 했다. 관객은 환호했고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환호에 김장훈은 “서해안이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는 “가을에 요청이 있으면 다시 기름 제거 작업도 하고, 필요하면 내년 여름에 또 서해안 페스티벌을 열겠다. 보령시가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의식을 되찾은 김장훈은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내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링거바늘을 빼려고 했다. 결국 측근들의 만류에 고집을 꺾고 서울로 향해야 했다. 소외받는 사람들에 마음이 쓰여, 큰돈을 들였던 김장훈은 결국 몸까지 바친 셈이 됐다. 그래서 그의 ‘서해안 페스티벌’ 공연은 더욱 숭고하다. 윤도현 밴드와 노브레인, DJ DOC, 조영남, 슈퍼주니어-해피, 장나라가 노개런티로 동참한 이유도 그 숭고한 뜻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사람이다. 보령에서 29일 새벽 서울에 도착, 동부이촌동의 한 병원에 입원한 김장훈은 30일 다시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7월 4일 전주공연으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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