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사랑만찬한번드셔보실래요?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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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식당이란 게 생긴다면 어떨까? 메뉴판을 받아들고, “좀 달짝지근한 코스 1로 주세요” 혹은 “톡 쏘는 맛인 코스 2가 좋겠네요” 이렇게 취향대로 선뜻 사랑의 빛깔을 고를 수 있다면, 식당 문턱이 닳을까? 지금 대학로 두레홀에 가면 적어도 다섯 가지 사랑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오프브로드웨이(196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의 상업연극을 반대한 참신한 창작 운동) 작품인 ‘파이브코스러브(사진)’는 1888년에서 2008년까지 미국 동부,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를 배경으로 톡 쏘는 사랑을 송두리째 맛보인다. 숨 가쁠 정도로 휙휙 지나가니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봐야 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가는 공연은 금세 끝날 테니까. 단 3명의 배우가 15명이 등장하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1번 타자는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는 소심한 남자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당돌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나 너무 들이대나”를 반복하며, 바비는 소개팅에 나온 매트에게 관계를 서둘러 발전시키자고 재촉한다. 두 번째 연인은 보스 자리를 노리는 남자와 보스, 보스 아내의 숨고 숨기는 삼각관계다. 세 번째는 독일 히틀러 시대 군인들의 동성애, 네 번째는 쾌걸 조로 시대의 천방지축 구애 사건이다. 마지막에서는 오직 책에서만 연인을 찾는 몽상가의 사랑을 그린다. ‘파이브코스러브’는 결코 예쁘지 않다. 눈물겨운 신파도 아니다. 발랄하고 화끈한 연애담이다. 작은 무대를 꽉 채우는 배우들의 열연에 자지러질 듯 웃다보면 100분이 후딱 흐른다. 로맨틱코미디에 질린 관객들이나, 잦은 폭소에도 진지함을 잃고 싶지 않는 독자들이 챙겨보면 좋다. 진지한 노래가사들이 전혀 진지하지 않은 상황에 맞물리면서 웃음이 폭발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취향을 5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냐’처럼 발음하기 힘든 각종 대사와 형형색색 화려한 의상이 돋보인다. 오이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배우 때문에 극장 안은 오이 향으로 가득하고, 느닷없이 관객석으로 들어온 배우는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노래를 불러준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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