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판소리’장르의경계허물다…‘사천가2008’주인공,이자람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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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자 연극인 동시에 국악이다? 4일에서 6일까지 두산 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열리는 ‘이자람 사천가 2008’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공연이다. 국악을 전공한 이자람(29)은 ‘퓨전’이란 단어를 거부한다. “판소리를 되살리고, 음악을 잘 만들려다보면 다른 게 끼어든다. ‘국악이 재즈를 만났다’는 식으로 김치에 치즈만 얹은 퓨전이 아니다. 상업적이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다 생긴 것이다.”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소리꾼이자, 음악 감독 등을 맡은 제작자, 9개가 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작년부터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작진과 궁합도 잘 맞았다. 남인우(연출)와 최예정(드라마투르기)과 ‘이 시대를 어떻게 살까’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도 나눴다. 단체 활동도 그만두고,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게 무엇일까? 나는 사회구조 안에 있는데, 내 판단조차 그 안에서 오는 것일까?”를 고민하다 브레히트 원작의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 언어로 바꿔갔다. 사천의 선인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분열된 인물을 통해 시대를 풍자한 작품이다. 작품 배경인 중국 사천은 2008년 서울 땅으로 옮겨져 ‘이자람 사천가 2008’로 재탄생했다. 최근의 개인적· 사회적 고민들이 뚱녀 순덕과 사촌 오빠 남재수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며칠 전 촛불 집회에 나가 노래로 생각을 표현하려던 이자람은 그냥 조용히 돌아왔다고 한다. “이만큼 생각하는 게 이보다 ‘더 크게’ 포장될 게 못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생각을 건네고 싶을 뿐이다. 이번 작품에는 “착하게 살면 행복할 수 없다”는 주제를 담았다. 냉소가 아니다. 이자람은 ‘착하게 살라’와 ‘이겨라. 1등 해라’는 조언을 함께 듣는 한국에서, 어떻게 사는 게 행복인지 무대에서 표현할 예정이다. “내가 흰 도화지였으면 좋겠어요”하고 바라는 이자람, 지금껏 국악을 사랑했고, 홍대 밴드 활동도 사랑했고, 현대 무용 역시 사랑했다. 다양한 역할과 흔들리는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삶은 더 즐거워졌다. 판소리를 처음 접했을 때 역시 그랬다. 매순간 ‘흔들리는’ 인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하나같이 다들 나약하다. 무언가 결점이 있다”는 이자람이다. 판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멋에 판소리 공연 양식을 엄지로 꼽는다. 이자람은 “일단 ‘직접’ 보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린다면, 독자들도 판소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람은 그래서 더 좋은 공연을 꾸준히 만들어 갈 작정이다. 이자람은 누구? 이자람은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하고 달려가면…” 으로 익숙한 노래, 아버지 이규대 씨와 부른 ‘내 이름 예솔아’(1984)로 데뷔했다. 1999년 춘향가를 8시간 동안 완창해 최연소, 최장시간 판소리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2년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를 결성해 창작 판소리를 제작했다.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라디오 DJ, 현대무용수 등 다양한 역할의 문화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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