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일‘방송사의4번타자철밥통을차다!’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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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간판아나운서에서프리전환8개월…
방송사의 4번 타자 철밥통을 차다! 매년 이태백(이십대 태반의 백수)과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급증하는 취업난 속에 갖고 있던 ‘철밥통’을 과감하게 걷어차고 무한 경쟁에 뛰어든 ‘간 큰 남자’가 있다. KBS의 간판 아나운서 신영일(35). 1997년 KBS 2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2007년 11월 프리랜서를 선언하기까지 만 10년 10개월간 KBS의 마이크를 지켰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많은 애정을 갖고 있던 3개의 프로그램과 이별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프리랜서 전문 진행자로 이름표를 바꿔 단 그는 현재 EBS ‘장학퀴즈’와 OBS ‘신영일의 퀴즈의 제왕’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로운 현실속의 안주보다는 고달프지만 자유로운 삶과 도전을 선택한 신영일을 만났다. “이상하게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감기가 잘 떨어지지 않아요. 따뜻한 곳에 있다가 찬 데 나오면 걸린다는 일명 ‘프리랜서 감기’를 앓고 있나 봅니다.”(웃음) “벌써 이번 감기도 2주째”라는 신영일 전 아나운서는 두 컵의 물을 거푸 마시며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었다. - 프리랜서 8개월째다.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종일 바쁘던 사람이 초기에는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다스리는게 쉽지 않았다. 그 후에는 내 자신이 하나의 상품이라는 마인드가 늘 부담이다. 날 더 돋보이게 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적인 생각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 정신적인 피곤함은 예상외로 크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배정받고, 일하고, 헤어지면 끝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방송 후 술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명절에는 뭐라도 사서 인사를 해야 하나’라는 전에 없던 고민을 한다.” - 촉망받는 아나운서였는데, 방송사를 나와 고달픈 프리랜서로 나섰다. “어느덧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위치가 되면서 관리자 역할을 할 시기가 다가왔다. ‘남아 있다면 조직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 또 난 무엇을 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과 맞물려 3년간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상품 가치가 있을 때 밖에서 활동한다면 더 오래 방송인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곳이 KBS가 아닌 더 작은 무대라도…” - 강수정, 김성주 아나운서는 방송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꽤 힘든 후유증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 뒤에 사표를 썼다. “한참 고민할 때 후배 강수정과 MBC 김성주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을 들었다. 특히 김성주씨를 보며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설마 나도?’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것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걸어온 길도, 걸어갈 길도 다르기 때문에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표의 파장이 적었다. “아무 대책 없이 홀홀 단신으로 사직서를 낸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거대 기획사와 계약이 됐다거나 굵직한 광고 모델이라도 따낸 후가 아니라 눈에 덜 띈 것 같다. 먼저 떠난 사람들의 뒷모습에 느낀 게 많아 특별한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결국 아나운서실 송별회 때 눈물을 펑펑 쏟았다. 10년 근속 기념패를 받는데 조직에서 떨어지는 실감이 났다.” - 퀴즈 프로그램만 두 개를 맡고 있다. ‘퀴즈 전문 진행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방송 경력이 거의 퀴즈 진행 경력과 비슷할 정도다. ‘퀴즈 대한민국’ 만 5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4년 외에 수명이 길지 못했던 다른 퀴즈 프로그램들까지 따지면 거의 10년에 가깝다. 퀴즈 프로그램은 아나운서들이 탐내는 장르다. 대본 없이 순발력으로 가야하기에 검증된 사람 아니면 주지 않는다. 어떤 프로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프로그램이면서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인식시켜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 역시 프리랜서 활동에 돈을 빼놓을 수는 없다. 경제적인 상황은 어떤가. “돈은 프리랜서 결정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프리랜서가 되도 이전과 똑 같다면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웃음) 광고, 행사 등을 맡을 때 연예인에 준하는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수입이 늘 수 밖에 없다. 아나운서 때도 허가 받은 행사는 할 수 있었고, 또 프리 이후 사람들을 챙기는데 지출도 늘어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2배 이상 높다고 보면 된다.” - 프리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내 자신이 판단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광고, 행사, 인터뷰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판단을 내가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진다. 또한 공휴일 없이 야근과 숙직을 맴돌던 생활에서 벗어난 시간적 여유도 만족스럽다. 4살 우리 아이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예쁜 시기에 그만두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때론 외롭고, 힘이 빠지지 않나.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직업이다. 두 명이 함께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홀로 방송을 이끌고, 적막한 라디오 부스 안에서 내레이션이나 뉴스를 진행한다. 프리를 선언한 이후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분들이 모른다는 걸 느꼈을 때 힘이 빠졌다. KBS에서는 당연한 줄 알았던 시청률과 인지도가 현재 맡은 프로그램에서는 당연히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의 성공이 곧 내 목표다.” - 프리랜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해주고 싶은 말은. “안에서 밖을 보는 것과 밖에서 밖을 보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막연히 돈에 대한 기대심리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일단 자신의 상품성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현실은 훨씬 냉혹하고 기대치도 높다. 특히 나가기 전에 일을 잡고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NO’라고 분명히 말해 준다. 그동안 제가 했던 고민을 말해주고 그래도 나오고 싶다면 ‘나온 다음에 생각해라’라고 조언한다. 특히 서운한 사람이 없도록 사내 인간관계의 마무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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