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민금메달뒤숨은모정]“덩치는커도속여린막둥이…”

입력 2008-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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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동민(22·한체대)이도 잘 해야 할 텐데….” 22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 시상대 위에서는 황경선(22·한체대)이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경기를 하루 앞둔 어머니는 황경선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 아들의 경기라면 10년째 따라다녔지만 이보다 더 떨리는 순간은 없었다. 네살 때 스님이 “앞으로 나라를 빛낼 사주”라고 했을 때도 어머니는 그냥 웃어 넘겼다. 몸집은 컸지만 속이 여렸다. 섬세한 아들은 지금도 어머니의 옷차림이며 화장법까지도 일일이 참견을 한다. 어머니 김미라(45)씨는 “때로는 아들이 아니라 딸을 키우는 기분”이라고 했다. 막내아들은 형이 도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도장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형이 그만둔다고 하자, 이번에는 “나도 그만하겠다”고 했다. 태권도장을 벗어나면서부터 아들의 미소가 사라졌다. 순둥이 막내가 처음으로 고집을 피운 것은 “태권도를 다시 배우겠다”고 했을 때였다. 코치도 “소질이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많이 맞은 날은 통증 때문에 신음소리를 냈다. 가위 눌리는 날도 있었다. 경기에서 지면 눈물 쏟는 일도 예사. 어머니는 “기왕 시키는 거 제대로 시키고 싶어서 일부러 모질게 다그쳤다”고 했다. 헌신 속에서 차동민은 일취월장했다. 서울체고 시절부터 집과 떨어졌지만 이틀에 한번은 아들을 찾았다. 어머니는 대학에 들어온 다음에도 따로 고기를 챙겨 먹이기 위해 학교 문을 두드렸다. 23일 결국 차동민은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를 5-4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기의 힘인지 1-2에서 터진 파워 넘치는 얼굴공격이 주효했다. 어머니는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차동민은 “어머니의 기도 덕인지 대진운이 좋아 부담감은 없었다”면서 “24일이 생일인데 나를 낳아주신 어머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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