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앤더시티]반바지-양말같은색으로매치하라

입력 2008-08-2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⑥여름철라운드,멋쟁이코디법
8월 중순의 살인적인 무더위. 허나 골프사랑을 멈출 수는 없기에 필드에 나섰다. 11시 티 오프라니 땡볕 아래 머리라도 벗겨질 걱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정신없이 5홀을 끝내고 쫓기듯 그늘집에 뛰어 들었다.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던 그늘집은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달달한 수박과 함께 잠깐의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전장으로 나설 무렵 다음 팀이 그늘집에 들어섰다. 땀을 닦으며 들어서는 네 명의 남성들도 조금 전 우리와 같이 더위에 허덕이고 있던 것이 분명했으나 그 어디에도 골프를 치다 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눈을 씻고 보아도 골퍼의 모습이라고는 1%도 찾을 수 없었다. 둘둘 걷어 올린 바지, 땀에 젖은 앞머리와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달랑 얹어 쓴 모자, 여기저기 꽂은 타월(손수건이 아니라 락커 샤워실에서 가지고 나온 목욕탕용 수건이었다!). 그들 모두가 방금 논에서 모내기를 하다가 새참을 먹으러 온 농부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그 날 하루, 나는 이미 골퍼로서의 모습을 상실한 뒷 팀 농부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트레스까지 감내해야만 했다. 까다로운 정규 코스를 제외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골프를 즐기는 외국과 비교해보았을 때 매우 형식적인 것을 중요시 여기는 골프웨어에 대한 한국의 골프 문화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는 더욱 곤혹스럽다. 특히나 반바지 착용이 거의 불가능한 남성들의 경우 애처로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굳이 반바지를 입으려면 긴 양말로 맨살이 보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하니 대다수의 남성골퍼들은 번거로움과 어색함 대신에 울며 겨자먹기로 긴 바지를 선택한다. 하지만 무더위에 긴 바지가 서글프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접어 올리고 땀 수건을 꽂아두며 모자를 쓰는 둥 마는 둥 얹어 놓는 스타일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긴 바지로 더위를 참을 것이냐 반바지에 도전해볼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면 몇 가지의 포인트는 기억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반바지 착용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용기가 없어 엄두를 못냈던 골퍼들이라면 자신 있게 시도해보자. 사이즈가 너무 클 경우 몸매의 비율을 망쳐 보이게 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맞는 것을 고르고 통풍이 잘 되는 얇은 긴 양말을 매치한다. (눈치껏 코스 중간 중간에 살짝 내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바지라서 다리가 짧아 보일까 걱정된다면 같은 컬러의 양말을 매치하면 된다. 평소 필자와 자주 라운드를 하는 K 씨는 작은 키에 지극히 평범한 몸매를 가진 중년 남성이지만 라운드 시 옷 잘 입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는 여름철 라운드 시 항상 반바지를 입곤 하는데 몸에 잘 맞으면서 색상은 무난한 무채색으로 선택하여 전혀 튀지 않으면서도 시원해 보인다. “너 이 바지 길이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 K 씨는 그의 반바지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다른 동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짓곤 한다. 절대로 반바지를 허용할 수 없는 스타일이라면 일단 인내심과 얼음물은 기본. 빛을 흡수하는 검정이나 짙은 컬러보다는 흰색 등 밝고 옅은 색상이 좋고 바지의 소재가 무더위 라운드에 적당한지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더워도 접어 올려 양말이 다 드러나 보이게 하는 등 스타일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절대로 삼간다. 자신이야 망가지건 말건 시원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보는 이나 동반자와의 라운드는 골프장이 아니라 농촌 봉사활동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 정아름 섹스앤더시티의 캐리처럼 당당하게 살며 필드의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골프 엔터테이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