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발표한 9월 프로기사 랭킹에서 이세돌이 11개월 연속 1위에 랭크됐다. 한 달만 채우면 1년 365일 동안 No.1에 오른 것이니 한국바둑이 가히 이세돌의 발아래 놓여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세돌의 1위보다는 어쩐지 이창호의 2위에 더 눈길이 간다. 최근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에서 목진석을 내리누르고 우승한 덕에 포인트가 대폭 상승해 1위와의 차이를 불과 660점 차이로 좁혀 놓은 것이다. 이세돌과 이창호는 9월 한 달 동안 삼성화재배와 응씨배라고 하는 굵직한 세계대회에 ‘뜬다’. 응씨배 4강전에서는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기도 하다. 결국 ‘이세돌, 12개월 연속 넘버원’ 이냐 ‘이창호, 12개월 만에 정상 탈환’이냐는 9월에 판가름 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을 기대하시는지? 부동의 3위 박영훈이 날개를 꺾고 4위로 밀려난 것도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대신 그 자리를 목진석이 채웠다. 박영훈과 함께 3·4위 쟁탈전을 벌였던 최철한은 10위권 밖인 11위에 머물고 있다. 격세지감이랄 건 아니지만 어쩐지 감흥이 미묘하다. <실전> 백3이 두어진 이상 정석의 선택권은 흑이 쥐게 됐다. 흑4로 붙인 것은 강하게 두겠다는 뜻이다. <해설1> 흑1로 느슨하게 둘 수도 있다. 백은 2로 벌리고 흑은 3으로 붙인다. 이것은 바둑판이 잘게 쪼개진다. 잔 바둑이 되어 장기전을 예고한다. 흑은 이게 싫었던 모양이다. <실전> 백5로 젖힌 수는 평범하면서도 당연하다. <해설2> 백1로 벌리는 것을 ‘발빠른 행마’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흑2의 모양 좋은 호구를 당하면 백이 손해이다. <해설1>과 비교해 보면 한 눈에 차이가 난다. 흑이 백 한 점을 옭아맸다는 점에서 결과는 같아 보이지만 속박의 강도가 다르다. <해설1>이 손을 잡았다면, <해설2>는 멱살을 틀어쥐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