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듭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꼭 나타났다. 되돌아보면 나는 러키(lucky)한 사람이다.”
통산 1000승을 달성한 뒤 SK 김성근(사진) 감독은 이런 소회를 남겼다. 김 감독은 “계속 변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는데 스스로 꼽은 가장 큰 변화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언급했다. 돌이켜보면 감독 통산 900승,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1000승을 성취한 SK에서의 영광도 운명처럼 인연을 이뤘고, 장막 뒤에서 물심양면 그를 도운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영철 사장 & 민경삼 운영본부장
두 사람이 SK 수뇌진에 없었더라면 SK 감독 김성근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신 사장은 독불장군 이미지의 김 감독을 한국 프로야구 무대로 다시 끌어들인 주역이다. 신 사장은 2005년 일본시리즈 무렵부터 극비리에 오사카를 방문, 당시 지바 롯데 코디네이터였던 김 감독과 면담했다.
처음엔 2군 감독으로 염두에 뒀지만 2006년 이후 팀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자 김 감독을 1군 감독으로 낙점했다. 일각에서 “김성근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강행했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현장 제일주의에 입각해 김 감독을 선택한 신 사장은 이후엔 전면지원으로 도왔다. 오죽하면 김성근 감독이 “비행기 하면 비행기가 나오고 기차 하면 기차가 나오더라”라고 탄복할 정도였다. 신 사장이 재기의 판을 깔아줬다면 민 본부장은 프런트-현장의 가교 역할로서 SK 전원야구의 틀을 만들었다. 김 감독의 신일고 시절 제자란 전력도 플러스로 작용했다.
○김성근 사단, 그리고 옛 제자들
김 감독은 감독 수락 당시 코치진 조각 전권을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이만수 수석코치 영입 외에 전권을 넘겨주기로 결단했다. 이후 김 감독은 계형철 2군 감독, 이광길 코치 등 소위 ‘김성근 사단’을 SK로 불러들였다. 특히 계 감독은 모교인 중앙고 감독을 맡기로 구두 약속하고 해외여행을 떠난 상태였는데 김 감독의 전화 한 통에 즉시 회군, 고락을 함께 해왔다. 선수 중에선 박경완과 김원형, 그리고 김재현이 꼽힌다. 김 감독은 이 세 선수를 거명하면서 “이 선수들이 SK 베테랑으로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선수들을 장악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지체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의 친아들이자 SK 전력분석을 총괄하는 김정준 과장도 빠질 수 없는 ‘김성근 맨’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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