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만의獨무대배구계박지성될것”

입력 2008-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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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첫해외진출, 걱정보다설레임앞서…유일한취미요?미니홈피일촌관리죠”
“축구에 박지성이 있잖아요. 전 배구계의 박지성이 되고 싶어요. 배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사람으로요.” 한국 배구의 미래를 짊어진 ‘차세대 거포’ 문성민(22·VfB프리드리히 샤펜)이 주위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그는 10일 밤(한국시간), 입단식을 갖고 정식 팀 일원이 됐다. 1998년 독일 무대에 선 이성희 GS칼텍스 감독 이후 10여년 만에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구단에 입단한 문성민은 ‘배구계 박지성’이 되고 싶단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을 지켜보며 축구 꿈나무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배구 유망주들이 자신을 보고 ‘월드 스타’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마음가짐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문성민을 만났다. ○ 실패는 두렵지 않다. 도전만이 있을 뿐 “적응하지 못할까봐 지레 겁먹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잖아요. 전, 제 자신을 시험하고 이겨보고 싶었어요. 더구나 남자는 ‘도전’으로 먹고 살지 않습니까.” 어려운 선택, 과감한 결단이었다. 한국 프로배구 한국전력 입단이 유력해 보였던 문성민은 해외 진출로 시선을 돌렸다. 월드리그와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 기간 중 그리스와 터키, 폴란드, 러시아 등이 관심을 보였고, 이 중 샤펜이 유일하게 문서화된 제안서를 넣었다. 연봉 1억5000만원과 함께 계약금 1억5000만원이 계약 조건이었다. 그러나 쉽진 않았다. 배구 특기생이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전례가 없는데다 V리그 한전 입단, ‘이적동의서’와 ‘협회비’의 주체인 대한배구협회와의 관계를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프로 입단시 문성민의 모교인 경기대가 받을 지원금 1억5000만원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모든 게 잘 풀려 샤펜 입단이 확정됐다. “적응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에 승부가 갈리겠죠. 파장을 일으키고 떠났는데 기껏 실패해 돌아가면 배구 선후배들과 팬들께서 얼마나 질타하시겠어요. 새로운 환경이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아요. 외려 많이 설렙니다.” 이미 실력은 어느 정도 알려진 만큼 샤펜 구단도 문성민에 주전으로 나설 기회를 자주 부여할 생각이다. 다만 일각에 알려진 것처럼 ‘주전 보장’은 아니다. 그저 ‘기회 제공’이라고 문성민은 몇 차례나 강조한다. 주전으로 뛸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활약이 좋으면 내년 시즌 문성민의 오랜 꿈이던 ‘이탈리아 진출’도 돕겠다고 구단 약속을 했다. “어서 빨리 기량을 인정받아 붙박이 주전으로 올라서야죠. 혼자 사는 데 익숙해요. 일부러 심심하게 지내면 배구에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요한과의 비교는 즐거운 스트레스 한국 남자 배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두 이름이 있다. 바로 문성민과 김요한(LIG손해보험).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둘의 외모와 실력을 비교했고, 이와 함께 배구인들의 평가도 각기 엇갈렸다. 문성민은 김요한을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영원한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당연히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뭔지도 잘 안다. “요한이 형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주위에서 다들 ‘라이벌’을 외치는데, 당시 제 실력은 요한이 형에게 미치지 못했어요. 언젠가 부딪칠 기회가 찾아오겠죠.” 그래도 문성민은 요즘 자신의 인기를 실감한다. 월드리그에서의 활약과 해외 진출에 맞춰 각 종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TV 연예프로그램의 스포츠 선수 대상 ‘섭위 1순위’로 떠올랐다.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사이판에 나가 쇼 프로그램 촬영을 하고, 독일 출국 당일(9월4일) 새벽에야 되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유일한 취미 생활은 ‘미니 홈피’를 꾸미는 일인데, 문성민은 열성 팬들의 ‘일촌신청’을 모두 받아주는 선수로 유명하다. 가끔 대학 후배들을 시켜 ‘일촌 관리’를 하긴 했지만 언제인가 마음먹고 하다보니 ‘클릭’만 하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팬들께)너무 고맙죠. 이 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배구 코트에서 제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죠. 언제까지고 변함없는 ‘문성민’이란 선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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