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사랑과믿음의교육하렵니다

입력 2008-09-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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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편과 아들 문제로 자주 다퉜습니다. 자식교육에 대한 생각이 남편과 제가 참 많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여섯 살인 아들을 보면서, 그 때가 한창 뛰어다닐 때고 말썽도 많이 부릴 때니까 학원 같은 거 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요즘 여섯 살은 한글도 읽고, 심지어 영어도 읽는다면서 애를 학원에 보내자고 싸움을 했습니다. 나중에 학교 가서 우리 애가 뒤쳐질까봐 그게 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남편은 “여보 애가 아직 어리잖아. 그런데 왜 벌써부터 경쟁을 시키려고 그래? 그래 봐야 애한테 스트레스만 주고 좋을 게 하나도 없다니까! 학원 보내긴 아직 이르니까 친구들하고 장난도 치고 뛰어 놀 수 있게 좀 내버려 둬”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다른 집 남편들은 아내보다 더 열의를 가지고 애들 교육을 챙긴다는데, 어떻게 저희 남편은 그렇게 천하태평인지 참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반대를 하니까 억지로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유치원만 보내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놀게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하루는 아들이 유치원에 간다고 일찍 나갔는데, 유치원 선생님이 “애가 아직 안 왔다”면서 무슨 일이 있냐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분명 유치원에 간다고 제 시간에 나간 애가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사는 ‘은지’네 집으로 갔습니다. 은지는 아빠 없이 엄마랑 단둘이 사는 아이인데, 저희 아들이 유치원에 갈 때 꼭 같이 가는 친구였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은지네 집에 도착했는데 은지는 몸이 아픈지 머리에 찬 수건을 얹고 누워있었습니다. 제 아들은 그 옆에서 “우리 친구를 빨리 낫게 해주세요”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은지가 “엄마는 아침 일찍 일 나가셨는데요. 저 혼자 유치원 가려고 일어나니까 어지러워서 누워 있었어요. 그런데 성열이가 와서 제 머리에 찬 수건을 올려주고 기도해줬어요” 그러는 겁니다. 제 아들은 아픈 친구가 걱정돼서 혼자 유치원에 가지 않고 옆에서 병간호를 해 주고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사실이 제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왜 남편이 경쟁 심한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해도, 제일 중요한 건 남을 먼저 생각해 주는 인간적인 성품입니다. 저는 그 날 우리 아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께서도 “성열이가 참 착한 것 같아요. 또래 아이들은 친구가 아프다고 하면 그냥 ‘병원에 가∼’ 혹은 ‘아빠 엄마한테 얘기해∼’ 하는데 성열이는 유치원 끝나고 나서도 은지가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자기가 직접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시는 겁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착한 마음을 가진 저희 아들이 무척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들∼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꿈이 뭐야?” 하고 물어봤는데 아들이 “음∼”하면서 한참동안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그냥 단순한 질문인데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하나 했는데 아들이 대답하길 “엄마! 나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의사가 되면 아픈 친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고쳐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의사 되려면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놀기만 하면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했더니 아들이 “아빠가 그랬는데, 공부는 오래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니래요. 지금은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크면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아빠 엄마가 저를 믿어주시면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들이 그저 놀기만 하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습니다. 제 질문에 그렇게 또박또박 조리 있게 말하는 걸 보고 교육이라는 게 무조건 많이 시킨다고 능사가 아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들 교육문제로 민감했는데, 앞으로는 남편 말을 믿고, 아들이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그 뒷바라지를 잘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이 정말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길 기대합니다. 대구 달서 | 장민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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