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들 민규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8살입니다. 지난 6월에 태권도 학원에 다녀와서 신난 목소리로 “엄마. 우리 도장에 미국인 형아가 왔어. 내가 형한테 Do you like 비빔밥? 하고 물었더니 형이 비빔밥 좋아한대”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영어를 이제 막 배웠는데 미국인과 직접 의사소통을 한 게 본인은 무척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저도 기분이 좋아서 그 형하고 잘 지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아들은 집에만 오면 그 형 얘기를 하면서, 그 형이 자기한테만 장난을 치고 말도 건다며 무척 좋아하는 겁니다. 저는 ‘이 기회에 미국인 친구나 만들어줄까?’ 하는 욕심에 “민규야. 그 형 이름이 뭐라고 했지? 한국에는 왜 온 거래?” 하고 물어봤습니다. “이름은 조셉이고 방학동안 태권도 배우고 싶어서 왔대. 지금 관장님 댁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데, 한 달 정도 있다가 미국으로 갈 거야” 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민규야. 우리 조셉 형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면 어떨까?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해 줄게∼” 하고 물어봤더니 민규가 무조건 좋다면서 기뻐했습니다. 막상 초대하려고 하니까,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될지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할 줄 아는 영어라고는 ‘하우 아 유? 파인 쌩큐. 앤 유?’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영어에 관심이 많은 이웃집 언니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조셉이 오기로 한 날! 저는 갑자기 우리나라 문화사절단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속으로 무지개 떡은 ‘레인보우 라이스케이크’ 꿀떡은 ‘허니 라이스케이크’ 하고 말해줘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저희 집 6층에 살고 있는 5학년짜리 친구 아들도 불러왔습니다. 그 애가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왠지 저보다는 실력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가 할머니 댁에 가야 돼서 안 된다고 하는 걸 딱 30분만 같이 있어 달라고 하고 겨우 데려왔습니다. 민규의 세계문화책 중 미국편을 꺼내 놓고, 커다란 세계 지도도 준비해 놓고, 마지막으로 얼마 전 다녀왔던 우리나라 전통유적지인 경주의 불국사, 석굴암 사진도 준비해 놓고 조셉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초인종이 울리고 조셉과 아들이 들어왔는데,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웰컴 투 조셉” 하고 말하기도 전에 조셉이 먼저 어설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조셉입니다” 하고 말을 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것보다는 외모가 제가 상상했던 파란 눈에 노랑머리 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검은 눈에 검은 머리인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된 거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어∼ 이 형아는 엄마 아빠가 다 한국 사람이고, 할머니도 한국 사람이야. 그래서 집에서는 한국말도 같이 쓴대. 미국에서 태어나서 국적만 미국인이야” 라고 했습니다. 상황파악을 한 제 친구 아들은 “전 그럼 할머니 댁에 가보겠습니다” 하고 금방 가버렸습니다. 저는 너무 미안해서 문밖까지 쫓아나가 사과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민망하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 했더니 조셉이 자기가 먼저 떡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석굴암, 다보탑, 석가탑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물론 모두 한국말로 물어봤고 저도 한국말로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조셉은 예의바르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고 저는 기운이 쏙 빠져버렸습니다. 아들에게 “야. 너 왜 조셉이 한국말 잘한다고 얘기 안 했어?” 하고 따져 물었더니 우리 아들이 “엄마가 안 물어봤잖아∼ 그리고 나 그 형하고 거의 한국말로 얘기해∼” 이러는 겁니다. 어쨌든 그 후에도 조셉은 저희 집 음식이 맛있다면서 자주 칭찬을 해줬고, 저희 아들과 더욱 가깝게 지냈습니다. 지금은 편지까지 주고받으며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아들의 넓은 인맥관리를 위해 영어도 못 하면서 애쓴 제 보람이 충분히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들 조셉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북 전주|문진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