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였느니라”…되돌아본로이스터의2008시즌

입력 2008-09-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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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롯데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플로리다에 가족을 두고 이 먼 곳까지 왔다. 고작 7등을 하기 위해서였겠는가.” 자신감이 넘쳤다.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호언장담. 당시만 해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야구관계자는 많지 않았다. ○소통의 리더십과 ‘메이크업 론’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롯데는 연승행진을 달렸다. ‘로이스터 매직’이 단숨에 몰아쳤다. 그는 “내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팀 색깔에 나를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소통’을 기반에 둔 그의 리더십은 선수단과의 1대 1 면담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선수들은 점차 마음을 열었다. 부진에 빠진 이대호가 과체중 논란에 시달리자 “살 뺄 필요 없다. 여전히 최고의 4번이다”라고 옹호한 것도 그였다. 또 선수들에게 강한 배짱을 갖추라는 뜻에서 ‘메이크업(Make-up) 론’을 강조했다. 그는 시즌 초반 “손민한과 이대호 정도가 메이크업을 갖췄다”고 했지만 시즌 막판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게 됐다”고 자신했다. 6월과 7월 초반, 롯데가 4위와 5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처지가 되면서 로이스터 감독의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평소처럼 고꾸라지지 않았다. 11연승, 그리고 1패 후 다시 7연승. 그들은 충분히 달라져 있었다. ○‘팬친화적’인 야구를 하라 무엇보다 로이스터 감독은 ‘팬 친화적(Fan Friendly)’인 야구를 강조했다. 취임 기자회견 때도 그랬고, 3만석이 가득 찬 사직 개막전을 체험한 후에는 더 그랬다. 그는 팬들이 덕아웃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덕아웃 워크’, 경기 전 국민의례를 함께 할 수 있는 ‘제리와 함께’ 등의 이벤트를 직접 구단에 제안했다. 4강이 확정된 후에는 팬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사직 마지막 홈경기였던 28일, 그라운드에서 흔쾌히 ‘부산 갈매기’를 부른 것도 ‘팬 퍼스트’ 정신을 엿보게 하는 일화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미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새겼다. 국내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도 그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그는 당당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야기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이다. 로이스터의 첫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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