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한국어, 작은 목소리. 그나마 후렴구에 반복되는 ‘부산 갈매기’ 부분에서만 자신감이 좀 붙는 듯 했다. 선수 시절 방망이를 잡고 숱하게 나섰던 그라운드지만, 마이크를 들고 마운드에 서는 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부산 관중은 열광했다. 부산에 8년 만의 ‘가을잔치’를 선물한 외국인 감독이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마침내 ‘부산 갈매기’를 불렀다. 올 시즌 마지막 사직 경기였던 28일 KIA전이 무대였다. 롯데가 한참 잘 나가던 4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허남식 부산 시장의 제안을 로이스터 감독이 덥석 받아들이면서 생겨난 ‘공약’이었다. 경기 전부터 감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평소 선수들에게 ‘두려워 말라(No fear)’고 강조해왔지만 스스로 “너무 떨린다. 가사의 뜻을 전혀 모르니 익히기가 쉽지 않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보좌관 커티스 정과 함께 밤늦게까지 연습도 했고, 미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해 리허설도 해봤다. 그에 비해 본 무대는 싱거웠다. 함께 부른 허 시장과 조지훈 응원단장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정작 감독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에 온 것은 내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고 했다. 로이스터는 이날 부산시로부터 ‘명예 시민증’도 받았다. 국적은 달라도 롯데의 숙원을 풀었기에, 그는 어느새 부산의 일부가 돼 있었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