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믿음이킬러를춤추게했다!

입력 2008-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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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의남자’베르바토프
‘루니, 호날두의 모습은 활기차 보이는데 베르바토프는 그라운드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분전이 촉구된다.’ 1일 새벽(한국시간) 킥오프된 챔피언스리그 올보르(덴마크)전에서 TV중계진이 맨유의 공격진에 대해 평가하던 내용 중 일부이다. 심지어 현지 언론은 베르바토프가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활약이 거의 없음을 지적하며, 피치에서 그의 모습이 ‘물 밖에 나와 있는 물고기 같다’는 혹평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거슨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620억원에 달하는 거물급 스트라이커를 이런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체 없이 밀어 붙이고 있다. 맨유의 초반 부진 원인 중 공격진의 저조한 득점력이 꼽히는데, 그 중심에 베르바토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퍼거슨은 베르바토프가 맨유로 이적한 후 비중이 떨어지는 미들즈버러와의 칼링컵을 제외하고는 리그 4번, 챔피언스리그 1번을 포함해 모든 경기에 교체 없이 풀 타임 선발 출전시키며 자신의 신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맨유 공격진 중에서는 유일한 경우이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퍼거슨의 무한 신뢰 세계 최고의 리그, 최고 클럽 맨유에서만 23년째 사령탑을 하고 있는 퍼거슨에게는 평소 자신이 믿는 선수는 끝까지 믿는다는 외부평가가 따라 다닌다.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선수라도 공개적으로는 그들을 비판하지 않고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맨유 역사상 최악의 이적으로 거론되는 56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받은 베론의 경우에도 그의 저조한 팀 공헌에도 불구하고 신임을 쉽게 버리려 하지 않았다. 베론에 대한 맨유 안팎 비판의 십자포화가 있자 오히려 그를 위대한 플레이어라고 격찬하며 언론에 대해서는 격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런 퍼거슨의 축구철학이 디펜딩 챔프 맨유가 초반 부진으로 수모를 당하고 있음에도 베르바토프를 중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퍼거슨의 오만으로까지 지적되는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그는 ‘축구를 모르는 철부지들의 비판’이라며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퍼거슨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베르바토프는 올보르와의 챔스리그 원정경기에서 맨유에서의 시즌 첫 골을 포함, 2골을 기록하여 맨유의 압승을 이끌었다. 사실 퍼거슨과 맨유에게는 과거 덴마크 팀에 패해 챔스리그 예선에서 탈락한 쓰디쓴 경험이 있어 경기 전부터 이번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결코 올보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퍼거슨의 경고처럼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몰아붙여 경기내용에서도 압도했다. 맨유가 베르바토프와 루니를 앞세워 올보르를 간단히 제압하고 챔스리그 예선 조 1위로 뛰어 오르자 언론들은 벌써부터 베르바토프에 대한 그간의 비판의 화살을 접고 그가 부활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며 그에 대한 재평가를 하기에 바쁘다. 베르바토프에 대해 맨유의 기존 선수들과 플레이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던 평가는 그가 호날두의 크로스를 발리킥으로 성공시키자 골의 고전을 보여주었다는 극찬으로 바뀌었다. 그를 계속 중용하는 퍼거슨에 대한 비판도 이 골로 한동안 잠잠해 질 것이다. ○2골 폭발…화려하게 부활한 베르바토프 이런 베르바토프의 화려한 부활 뒤에는 선수의 진가를 알아보는 혜안과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략을 지닌 퍼거슨이 있었다. 퍼거슨은 자신이 영입을 위해 1년 이상 공을 들인 이 불가리아 출신 공격수에 대해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제가 자신의 믿음에 보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볼턴전에서 베르바토프가 그라운드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 퍼거슨은 오히려 ‘베르바토프는 후반전에 패싱, 밸런스, 컨트롤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하더라도 적응할 시간은 필요한 법이라며, 베르바토프가 매우 재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잘 안다고도 했다. 명장 퍼거슨이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번 시즌 유일한 공격수, 베르바토프는 자신이 찾고 있던 바로 그 선수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확신이 많이 틀리지 않음을 23년의 매니저 생활 동안 퍼거슨은 증명해왔다. 이런 절대적 신뢰 속에서 베르바토프 자신은 그 어떤 중압감도 느끼지 않는다며 외부의 혹독한 비판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마침내 베르바토프는 퍼거슨이 경기를 끝내는 결정적 골이었다는 첫 번째 골과 ‘고전’이라는 두 번째 골을 연속으로 넣어 자신과 감독에 대한 비판을 일시에 잠재웠다. 퍼거슨도 이제 베르바토프는 부담을 덜게 되었다며 앞으로 있을 리그 경기에서 더 많은 활약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말은 퍼거슨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과 맨유에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 이번 올보르전에 자신의 축구 인생 진퇴를 거론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경기 전 얼마나 더 감독 생활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 웃으며 “만일 맨유가 진다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비록 건강이 허락하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한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으나, 최고의 전력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 속에서 한 말이어서 경기에 임하는 부담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표현이었다. 영입 전부터 지금까지 베르바토프에 보인 퍼거슨의 신뢰와 배려가 결실을 맺어가는 시점이다. 그래서 퍼거슨은 베르바토프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챔스리그 2연패 등극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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