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왕따못난이역…배우생명끝날까밤새고민도”

입력 2008-10-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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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맞은표정포스터에‘깜짝’,생얼에빨간덧칠‘신경질여왕’
끔찍한 여자가 있다.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불쾌해지는 지저분한 외모, 시도 때도 없이 홍당무보다 훨씬 더 진하게 빨개지는 얼굴. 성격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회식 자리 옆에 앉은 것 만으로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해 버럭버럭 신경질도 잘 낸다. 무작정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생활비 한 푼 안낼 정도로 얼굴도 두껍다. 누가 이런 여잘 좋아할까? 사실이다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제작 모호필름)의 주인공 양미숙은 온갖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여성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매일매일 학생들 앞에서 빨개지는 얼굴은 창피를 넘어 굴욕적이다. 그런 만큼 더 당당하려 하지만 괜히 성격만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놀림받고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지만 오히려 더 남들과 멀어지는 행동이 됐다. 하지만 정 반대로 제 몸 하나는 끔찍하게 챙긴다. 영양제부터 좌욕기계까지 챙겨서. 두 달 동안 양미숙으로 살았고 16일 극장에서 그 모습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공효진도 처음 시나리오 속 미숙을 보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내 뱉을 지경이었다. 생각 이상 남들의 시선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여배우. 화장기 없이 맨얼굴을 들어내야 하는 장면이 있다고 출연을 거절하는 배우도 있는 마당에 얼굴에 빨간 칠을 하고 못난 짓, 미운행동만 골라하는 양미숙은 공효진에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구나”걱정까지 줬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삼청동 카페. 조금 먼저 도착해 ‘미쓰 홍당무’ 포스터 속 새빨간 얼굴에 심술 맞은 표정을 잔뜩 짓고 있는 양미숙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온 공효진에게서 양미숙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포스터요? 처음에 보고 잠이 안 왔어요.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이 포스터가 참 강하게 나왔으니까 놀라지 말라고 하셨지만 어찌나 노골적으로 나왔는지(웃음).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2000컷 이상 촬영 한 끝에 얻은 사진입니다. 알록달록 질감 처리도 했고 참 제가 봐도 민망해요”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가 마지막 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도가 심한 못난이 캐릭터라서 처음엔 누가 다음영화에 저를 써줄까 고민 됐어요. 주위에서도 만류를 많이 했어요. 앞으로 뭐 하려고 그러냐고. 연기자들은 성격과 외모의 잔상이 오래 남는 캐릭터가 가장 걱정됩니다. ‘미쓰 홍당무’는 특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다 마치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공효진은 시사회 때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했다. “와 ‘미쓰 홍당무’하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처음에 이 영화 코미디라고 하지 않았는데 찍고 나니 웃음이 넘치는 영화가 됐어요. 거기다가 따뜻한 눈물도 있고. 이 정도면 관객 분들도 공효진이 충분히 망가질 만 했다고 해 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넘치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그러지만 나중에는 미숙이가 불쌍해 눈물이 나요. 영화가 제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 끝까지 예측불허인 결말까지 절 믿고 한 번 꼭 보세요.” 공효진의 얼굴이 양미숙처럼 빨개지지 않는 것 보니 거짓 없는 순수한 진심 같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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