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美·日배불리는무원칙한국야구

입력 2008-10-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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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금메달, 500만 관중돌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순위싸움 등으로 야구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고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본질적인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높아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무원칙, 저자세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져 안타깝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금년 시즌이 끝나면 스타들의 일본진출여부 소식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굴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 시장의 규모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거나 조절할 수는 없지만 일본 구단관계자, 스카우트들이 각 구장을 누비면서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구단들의 친절한 안내, 협조가 도를 넘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 구단관계자, 스카우트, 기자들이 일본·미국을 갔을 때 그들의 원칙 고수 속에 겪었던 불편함을 생각하면 무슨 생각으로 환대해주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WBC 4강, 올림픽 금메달 국가 임에도 변하지 않는 야구 사대주의 사상이 남아 있는 것일까? 해외 중계권료도 문제다. 우리 선수들이 미·일에 진출하더라도 선수들의 고액연봉은 우리나라에서 받는 중계권료로 장사가 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MLB 사무국도 내년의 WBC와 MLB중계를 패키지 상품으로 중계권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역시 우리 스타들이 진출할 때 구단들은 전력보강과 함께 중계권의 경제적인 면을 감안하면서 맹렬하게 대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시장은 키우지 않으면서 미·일의 배만 불려주는 고액 중계권료 지불이 지속될 경우 국내 프로야구의 경제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키우는 사람 따로, 빼먹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국내 야구가 최우선임을 말로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탬퍼링(사전접촉)도 문제다. 금년 국내 FA 시장은 뜨거운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위권 팀들의 과감한 투자로 달아오를 수 있다. 그러나 미·일 구단 스카우트, 에이전트, 국내구단이 탬퍼링을 통해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밝혀낼 제도적 장치가 현재 미흡하다. 이제 몰래 진행되는 탬퍼링에 대해 엄한 잣대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미 미·일의 스카우트나 에이전트가 아마, 프로를 가리지 않고 위법행위를 했을지도 모른다. 질서를 바로 잡지 않으면 시장은 문란해지고 국내구단의 적자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입단 취업문이 좁은 건 야구계가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다. 올해도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 야구를 그만둘 처지에 있다. 프로팀수를 늘리는데 야구계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지만 아직 새로운 구단 창단의 분위기 움직임은 미동도 않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과 높은 인기를 활용하지 못하면 이것이야 말로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한 점도 못 뽑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최근엔 히어로즈 수뇌진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와 팬들이나 야구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까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야구계는 금메달 만족감에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 원칙을 지키고, 국내야구 발전을 먼저 생각하며, 희생정신이 발휘되지 않으면 야구계는 답보상태에 머물거나 역행할지도 모른다. 야구 관계자 모두가 한국야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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