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했다.″ 대구전을 2-1 승리로 이끈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55)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다소 지친 표정은 이날 경기에서 그가 느꼈던 조급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차 감독의 수원은 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하우젠 K-리그2008 21라운드에서 전반 중반 터진 에두(27)와 홍순학(28)의 연속골로 하대성(23)의 한 골로 따라 붙은 대구FC를 2-1로 꺾었다. 전반전만 해도 수원의 압승이 예상됐다. 전반 초반 대구의 공세를 막아낸 수원은 33분과 38분, 5분 사이에 2골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수원의 수비진이 느슨해진 틈을 타 대구가 후반 중반 추격골을 뽑아내며 경기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원 수비진은 좌우 측면으로 파고든 대구에 빈 공간을 내주기 일쑤였고, 동점골로 연결될만한 위험천만한 상황도 여러 번 연출됐다. 하지만 수원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대구의 파상공세를 틀어막고 2-1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8월 23일 경남FC를 꺾고 후반기 K-리그 첫 승을 거둔 이후 무려 한 달이 넘은 뒤 거둔 값진 승리였다. 특히 지난 9월 27일 전북현대와의 리그 20라운드에서 2-5 대패를 맛본 뒤여서 승리에 대한 기쁨은 더욱 컸다. 차 감독은 경기 후 몰려든 취재진에게 ″십년감수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최근 경기가 너무 안풀려 걱정됐다. 전북전에서 참패해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차 감독은 ″최근 K-리그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기존 수비진으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려 이번 경기에서 변화를 줬다″며 승리의 비결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차 감독이 내놓은 필승전략은 3-4-1-2 포메이션이었다. 차 감독은 그동안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마토 대신 지난 2007년 대구에서 이적해온 최성환을 투입했고, 중앙수비에는 두 달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이정수를 내세우는 강수를 뒀다. 또한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던 송종국을 중앙으로 이동시켰고, 최성환과 함께 대구에서 영입한 홍순학을 측면에 배치했으며, 에두와 배기종이 자리를 잡은 투톱 바로 밑에는 그동안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최성현을 투입했다. 수원의 선발명단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이들이 오는 8일 가질 포항스틸러스와의 컵대회 플레이오프(4강)를 위한 포석을 내세운 것으로 전망했다. 차 감독의 변화 시도는 보기좋게 들어 맞아, 수원은 전반전에 대구를 압도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후반전 대구에 추격골을 내주고 흔들렸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 투입한 선수들의 전반전 활약에 만족스러운 평을 내린 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근 경기를 리드하다가 안정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 것 같다. 결국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며 어려움을 겪은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주전과 비주전을 명확히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주전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는 잘 하는데 지속성이 떨어진다. 좋은 활약을 보이면 언제든지 기용할 수 있다″며 ″남궁웅과 이천수가 이르면 내주께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기회를 줄만한 선수들이 꽤 있어 경쟁을 통해 옥석을 가리겠다″고 앞으로의 선수단 운용방침을 설명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