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이’로통했던12년차,이젠승리먹는다원이아빠!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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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
세 살 난 딸 다원이는 TV에서 아빠 모습을 볼 때마다 신이 납니다. 매일 엄마에게 “아빠 보러 야구장에 가자”고 조릅니다. 집에 들어설 때면 다원이가 가장 먼저 달려나와 아빠를 맞이합니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야구공을 잡고 “아빠, 던질까?” 하고 묻습니다. 까르르 웃는 다원이를 안아올리면서 삼성 정현욱(30·사진)은 다짐합니다.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요. 정현욱은 1996년에 데뷔한 프로 12년차 선수입니다. 전병호와 박진만이 입단 동기죠. 베테랑 많기로 유명한 삼성에서도 그보다 빨리 입단한 선수는 이상목과 양준혁 뿐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야구 잘하는 선수’로 알려지는 동안 정현욱은 ‘밥 많이 먹는 선수’로 통했습니다. 하루에 밥 여덟 공기를 먹어치우고 피자까지 해치웠던 그의 별명은 ‘경산볼파크의 하이에나’였답니다. 얼핏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 ‘밥만 축낸다’는 비난도 들어봤고, ‘식비가 많이 들어 트레이드 시켜야겠다’는 농담까지 들어봤거든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많이 먹었어요”라는 그의 고백.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고비를 만납니다. 그래도 정현욱에게는 그 고비가 참 얄궂은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1999년 처음 선발로 등판하며 기회를 잡았지만 2000년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2004년에 간신히 1군에서 자리를 잡나 했더니, 이번엔 병역비리에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불안할 수 밖에요. 그랬던 그가 올해 10승을 올렸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따낸 13승에 버금갑니다. 스스로는 “자신감을 되찾은 덕분”이랍니다. ‘노예’라고 불릴 만큼 수도 없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매번 고마운 마음으로” 던집니다. 힘들 때면, 윤성환과 함께 “야, 공익근무할 때를 생각해봐. 지금은 아무 것도 아냐”라고 서로 위로한답니다. 선동열 감독은 “정현욱이 없었다면 삼성의 4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때는 밥만 많이 먹던 그가 이제는 ‘승리를 먹는 남자’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12년 만에 가을잔치의 주역이 된 정현욱. 그의 정면승부가 이제 시작됩니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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