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옆집 아주머니가 저희 집에 찾아오셔서 “저기… 미안한데요.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잠깐 우리 애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아이를 부탁하셨습니다. 옆집 애는 우리 딸이랑 똑같이 여덟 살이고, 같은 여자 애라서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라고 하고, 옆집 애를 맡게 되었습니다. 애들은 자기들끼리 방에 들어가더니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거리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잠시 후 갑자기 두 아이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저는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우리 아빠가 얼마나 나이 많은지 알아? 서른아홉 살이야” 이러면서 우리 애가 자랑을 했고, 옆집 애는 “칫! 우리 아빠는 더 많아∼ 마흔 두 살이야∼ 그러니까 우리 아빠가 너네 아빠보다 대장이야” 이러면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른들은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려고 애를 쓰는데, 애들은 서로 자기 아빠 나이 많다고 자랑하고 있고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저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조금 지나니까 방안이 조용했습니다. 서로 우리 아빠가 대장이다 아니다 싸울 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조용한가 싶어 다시 방으로 가봤습니다. 애들이 어딜 갔는지 안 보이고, 방이 텅 비어 있는 겁니다. 화장실도 가 보고 베란다도 가 봤는데,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관에 가보니 애들 신발도 없었습니다. 저는 얼른 휴대전화와 지갑만 들고 집 근처 놀이터며, 문방구며, 슈퍼를 돌아다니고, 동네 친한 친구들 집에 전화도 다 해봤습니다. 하지만 애들은 어디에도 없고, 시간은 벌써 두 시간이나 흘러, 오후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애도 걱정이지만, 옆집에도 같이 없어져서 저는 너무 미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온 동네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결국 못 찾고,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이 화를 내면서 “아니 집에서 도대체 뭐했기에 애들 없어진 줄도 몰랐어? 나 바로 퇴근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옆집 아줌마도 저희 집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탓은 못 하시고 “어떡해요. 어떡해요” 하면서 한숨만 쉬고 계셨습니다. 밤 10시쯤 됐을 때야 남편이 우리 애와 옆집 애를 찾았다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애들한테 어디 갔었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딸이 “옆집 아저씨가 우리 아빠보다 더 대장이라 그래서, 내가 우리 아빠 힘 센 거 보여주려고 아빠 회사에 가려고 그랬어” 라고 했습니다. 남편 회사는 차로 이십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고, 길도 직선 도로가 아니고 구불구불 복잡한 길이라서 금방 길을 잃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남편 얘기가, 애들을 찾았을 때 저희 아이들을 보호해 주고 계셨던 어떤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길을 잃고 울고 있는 두 애들한테 “너희들 왜 울고 있니?” 하면서 다가갔는데, 애들이 학교에서 미아방지 교육 받았던 걸 생각하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그 아저씨는 애들을 파출소에 데려다 주지도 못 하고, 그냥 애들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저희 남편을 만나 애들을 돌려주셨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분 연락처는 알아왔어?” 하고 물었는데, 남편은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만 겨우 했다고 했습니다. 세상엔 길 잃은 아이들을 이용해 나쁜 짓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끝까지 지켜주고 보살펴주신 그 분께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때 저희 아이들 보살펴주신 그 아저씨! 다시 한번, 진심으로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전북 남원 | 김선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