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나이쉰살,불가능은없다

입력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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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볼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사이 길을 지나다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다녀오는 이웃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웃으며 “이젠 정말 자전거 잘 타시네요. 좋으시죠?” 하고 물었더니 “그럼요. 진작 배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늦게라도 이렇게 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으니 정말 좋아요. 운동도 되고, 돈도 절약되고,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라니까요. 이게 다 젊은 엄마 덕분이에요” 하며 기분 좋게 웃으셨습니다. 그걸 보니 저도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번에 그 아주머니께서 제게 “저기요. 제가 자전거를 좀 배우고 싶은데, 혹시 가르쳐줄 수 있어요? 혼자 하려니 힘들어서요” 하면서 부탁을 하셨습니다. 저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중학교 때부터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전거 타기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습니다. 거기다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들도 가르쳐 준 적이 있었습니다. 제 아들이 운동신경이 좋아서 금방 배운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가르쳐 준 덕에 몇 번 넘어지지도 않고 쉽게 잘 배웠습니다. 그렇게 제 나름대로는 화려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옆집 아주머니의 자전거 선생님이 되어주기로 했는데, 세상에나! 정말 그 분은 자전거를 아주 많이 못 타셨습니다. 연세도 쉰이 넘으셨고, 운동 신경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신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은 자전거 타기가 좋다는 말만 믿고 자전거까지 구입해 놓으신 상태였습니다. 저는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뒤를 잡아주며, “지금 페달 밟으세요, 지금 핸들 꺾으셔야죠” 하면서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그 분은 자전거가 굴러가기만 하면 두 다리로 땅을 짚으셨습니다. 겁내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첫 날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지나가고, 둘째 날 다시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그 분은 키도 작고 약간 통통한 편이셔서 자전거를 끌고 공원에 오는 것부터가 힘겨워 보였습니다.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자전거 다루는 걸 무척 힘들어하셨습니다. 저는 그 날, 그 분이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많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냥 끌고 다니면서, 핸들 꺾는 연습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처럼 잘 따라하셨습니다. 그 다음 날엔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과 페달 굴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자전거는 움직이지 못 하게 잘 세워놓고 그냥 페달 돌리는 것만 몇 번씩 연습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드디어 자전거 위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는데,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답답할 정도로 방향을 못 잡고 옆으로 거꾸러지는데 제가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분은 그 때마다 제게 미안했는지 겸연쩍게 웃었고, 저도 같이 웃어줬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이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와준다고 해 놓고 다시 못 하겠다고 하기가 너무 미안해서, 차일피일 날짜만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자전거 뒤를 잡아주었는데 살짝 손을 놓아봤는데도 그대로 자전거가 굴러가고 있는 겁니다. 그걸 보는 순간 어찌나 뿌듯하던지… 물론 이웃 아주머니께서 뒤를 돌아봐서 그대로 넘어지긴 했지만, 둘 다 즐거운 마음으로 웃음을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요즘 그 분은 자전거를 타고 마트도 가시고, 모임도 나가시고, 마을 전체를 산책 삼아 한 바퀴 돌고 오시기도 합니다. 연세가 오십이 넘은 분인데도, 나이에 상관 없이 뭔가에 도전하는 게 정말 멋져 보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자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아주머니 뵈니까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매사 적극적이시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고 계신 이웃 아주머니, 그 분의 삶이 정말 부럽습니다. 서울시 송파 | 장미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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