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풍선vs파란수건’기팍팍!…두산-삼성응원전스케치

입력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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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풍선물결기선제압…삼성,수건파도인해전술‘컬러전쟁후끈’
16일 잠실구장은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진 사직구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직구장의 응원이 일방적이고,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겹친 데 반해 잠실은 장군 멍군이 이어지듯 삼성과 두산의 응원단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그라운드는 양 팀 선수들의 땀방울로 달궈졌고, 1,3루 스탠드는 우렁찬 함성으로 타올랐다. 응원단이 없다면 야구는 ‘팥소 없는 찐방’이 된다. TV 화면으로 느낄 수 없는, 오로지 현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양 팀의 응원 전쟁을 전달한다. ○ 두산 응원석 두산 응원단은 잠실구장 내 하나의 흰색 호수를 만들었다. 새하얀 막대 풍선과 깃발, 거기에 골수팬들의 흰색 티셔츠까지 더해져서다. 조용한 호수는 바람이 일면 물결이 치듯이 경기의 고조와 흐름에 따라 흰색 물결을 일으키는 응원단의 모습은 잠실이라는 땅에 깊숙이 위치한 멋진 호수가 됐다. 시타자로 두산 팬이자 가수 김장훈이 등장해 삼진으로 물러나자 응원단은 기다렸다는 듯 응원단상에 미리 세팅해 놓은 수백 개의 흰색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삼성 응원단에 ‘오늘 한번 해보자’는 선전포고를 날렸다. 선발 김선우가 1회 초 2사 1,3루의 실점 위기서 5번 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잠잠하던 호수에는 다시 거센 흰색 물결이 일었다. 두산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관중들은 ‘막강 두산’을 연호했다. 잘 나가던 두산 응원단의 분위기는 3회 초 반전됐다.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선발 김선우가 2실점(4자책) 뒤 강판되고, 구원 투수 이혜천이 나와 2점을 더 헌납하면서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긴 수비가 끝난 뒤 다시 응집력을 발휘했고, 5회 기어이 동점을 만들자 흰색 물결의 흐름을 빨리 했다. ○ 삼성 응원석 삼성 응원단의 기세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두산이 흰색 풍선을 하늘에 날리는 것으로 응원전의 포문을 열자, 삼성 응원단은 트레이드 마크인 갈색의 대형 사자 풍선 2마리를 세우고, 파란색 막대 풍선과 깃발로 맞불을 놓았다. ‘할 테면 한번 해 보라지’라는 삼성 팬 특유의 뚝심이 묻어났다. 경기 시작 전 두산 팬들과 달리 여유 있게 입장한 삼성 팬들은 이전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물리친 경험을 기억하듯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3-0으로 손쉽게 제압한 것도 여유를 줬다. 삼성 팬들은 선취점을 내주는 게 두산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듯 했다. 1회말 두산 선두타자 이종욱의 안타로 시작된 위기가 2사 3루로 이어지자 긴장한 듯 호흡을 늦췄다. 하지만 배영수가 두산 4번 타자 김동주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공수교대하자 굉음을 내뿜었다. 삼성 응원단의 ‘수건 응원’ 또한 잠실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2회말 2사 1루서 도루를 시도하던 두산 이대수를 잡은 뒤에는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최강삼성’이 적힌 수건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잠실|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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