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남북선수들의금빛우정

입력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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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에 대한 소식은 알고 계시리라 여겨집니다. 남자개인전에서 강동윤 8단이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을 눕히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바로 그 대회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한 오픈개인전에서는 함영우 아마7단이 북한 대표 조대원 아마7단과 결승전을 치른 끝에 아쉬운 반집패를 당했지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선수가 졌기에 저 역시 ‘은메달에 그쳤다’라는 표현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 결승전에는 후일담이 있었습니다. 바둑인터넷사이트 타이젬의 보도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10일, 결승전은 베이징의 국제회의장에서 벌어졌습니다. 치열한 중반전이 지나가고 바둑은 어느새 1집 짜리 잔 끝내기만이 남아 있는 상황. 그런데 북한의 조대원이 긴장을 했는지 그만 초시계를 잘못 누르고 말았습니다. 최소한 바둑판 위에 돌을 놓은 뒤 ‘아홉’에는 시계를 눌러야 하는데 너무 늦게 누른 것이지요. 시계가 ‘타임아웃!’하고 울렸습니다. 조대원이 시간패를 당한 것입니다. 대국장에는 잠시 적막이 흐르고, 대국자들은 멀뚱하게 바둑판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함영우가 중국 심사위원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냥 대국을 계속 진행하자고 말입니다. 물론 말이 잘 통할 리가 없지요. 함영우의 손짓 발짓 섞인 초보 중국어를 심판관이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고고(Go Go)! 그런데 결과는 함영우의 반집패. 마지막 반패가 나왔는데 이를 따내지 않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함영우는 대국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선수였다면 항의했겠죠. 게다가 조대원 선수는 작년에 항저우에서 만나 안면도 있고. 이번 대회에서도 같이 생활하면서 친해졌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지요. “넉넉하게 이긴 바둑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계가가 잘 안 돼서. 반집패 당하고 나서 지금까지 잠도 잘 못 자요. 하하하!” 함영우 7단으로서는 많이 이긴 바둑인 줄 알고 ‘어차피 이긴 바둑, 북한 친구에게 선심이나 쓰자’ 했다가 반집패의 뼈아픈 경험을 겪고만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공과 사는 구분해야’, ‘정신상태’ 운운 하며 비난의 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젊은 선수들의 아름다운 우정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시상대에서 활짝 웃으며 서로의 입상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어쩐지 함영우의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금보다 값진 은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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