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야구보러아파트로간다

입력 2008-10-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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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구장보이는동서열혈응원,선수와이웃사촌…눈인사일상
대구구장 응원석에서 바라보면 한 눈에 들어오는 고층 아파트가 있다. 인근 칠성동에 위치한 푸르지오 아파트다. 홈에서 삼성이 두산과 플레이오프를 벌인 20일 저녁 이 아파트에는 평소보다 많은 불이 켜졌다. 삼성과 두산의 경기를 보기 위해 주민들이 일찍 집에 들어와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했기 때문이다. 2005년 지어진 후 대구의 새로운 ‘야구 명소’가 된 이 아파트의 이색 현상을 소개한다. ○ 망원경으로 보면서 동시에 TV로 시청 앞에 아무런 장애물 없이 야구장이 보이는 205, 203, 103동 등 총 3개동이 야구를 보는데 가장 명당으로 여겨진다. 야구장과 가장 가까운 205동과 203동은 둘 다 24층으로 돼 있는데 15층 이상이 야구 조망권이 좋고, 다음으로 가까운 103동은 40층 높이인데 20층 이상에서 야구장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렇게 야구장이 잘 보이는 15층, 20층 이상은 같은 동이라도 다른 층에 비해 4000∼8000만원 정도 집값 차이가 난다. 이런 층에서는 망원경으로 경기를 보면서, 동시에 거실의 대형 TV로 야구를 시청하는 주민들이 적잖다. 자연스런 이원 생중계와 돌비 서라운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는 셈이다. ○ 야구 명당으로 원정 응원간다 TV가 귀하던 시절, 온 동네 주민이 TV 수상기가 있는 집에 모여 ‘수사반장’을 함께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아파트에는 삼성의 홈경기가 벌어지는 날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안쪽 라인에 사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야구장이 잘 보이는 집으로 와서 함께 삼성을 응원하며 TV를 보는 것. 준플레이오프가 벌어진 지난 11일 롯데전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는 더 많은 주민들이 함께 모였다. 대구구장이 1만2000석 밖에 안 돼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한 주민들은 준비한 다과를 함께 하며 맘에 맞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삼성 라이온즈’를 목청껏 외쳤다. 단지 내 엘림 푸르지오 부동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전모 씨는 “시즌 중에도 삼성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야구장이 잘 보이는 라인 쪽에 위치한 집으로 와서 이웃과 함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 삼성 선수들과 눈인사 한다 이 아파트에는 삼성 선동열 감독을 비롯해 한대화 코치, 진갑용, 박석민, 양준혁, 심정수 등 삼성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많이 산다. 이로 인해 야구장 응원석이 아니라 단지 내 산책로나 가게에서 선수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곳에 거주하는 삼성 선수들이 항상 친근한 모습을 해 만날 때 마다 기분이 좋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평가다. 한 주민은 “선수들의 평판이 좋다. 여유가 있어 보이고, 이웃들에게 잘 하는 것 같다”며 “그런 점 때문에 삼성 경기를 더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 아파트 단지 내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전 씨는 “야구 조망권이 좋은 동 꼭대기 층에 대부분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참고로 야구 조망권이 좋은 동은 모두 대형 평수로 48평, 53평, 61평만 있다. 대구|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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