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에막혀‘팬기본권’박탈
포스트시즌은 야구 팬들이 1년 간 기다려온 ‘가을 축제’다.
그런데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벌어진 대구구장은 축제를 만끽하기엔 몇 가지 난관이 존재했다. 지저분하고 비좁은 화장실, 찜질방 열기를 능가하는 스탠드, 여기에 또 다른 변수까지 등장했다.
바로 후라이드 치킨 냄새다.
대구구장 지정석 뒤에는 후라이드 치킨 매장이 있는데 직접 닭을 기름에 튀겨 판매한다. 환풍기가 관중들이 이동하는 통로 쪽으로 나 있어 닭과 기름 냄새가 날 수 밖에 없지만 정규 시즌 중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치킨 매장 바로 앞이 하단만 벽으로 돼 있고, 상단은 외부로 뚫려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냄새의 상당 부분이 공중으로 발산됐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외부와 연결되는 부분에 ‘최강 삼성’ ‘대구의 힘’ ‘삼성 PAVV 포스트시즌’이라고 적힌 세 개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통로에서 진동했기 때문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한 냄새는 급기야 출입구를 통해 지정석까지 올라왔다. 지정석에 앉은 박모 씨는 “닭을 튀긴 기름 냄새가 메스꺼울 정도다. 이 자리는 그나마 나은 데 화장실로 내려 갈 때면 정말 심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대형 현수막을 건 삼성 측에 잘못을 돌릴 수도 없다. 다만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관람해야 하는 팬들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는 대구구장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구|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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