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본쇼킹스토리…영화‘아내가결혼했다’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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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팀은‘투톱’체제거든…당신현재스코아간통이야!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아내는 그와 결혼을 하겠단다. 그럼 이혼을 하자는 건가? 아니다. 아내는 그 남자와‘도’(!)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위기에 처한 남편,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고 또 다른 그도 사랑한다는 아내. 아내를 사랑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의 수렁. 사랑은 어째서 늘 그리도 고통스러운 것이더냐. 23일 개봉하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제작 주피터필름)는 그 발칙하고도 위험한 그래서 도발적인 현실을 달콤하면서도 ‘쿨’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영화 속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아내의 대사는 그 핵심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대사로 영화 속 사랑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사. 랑.…. 어떻게 사랑을 빼놓냐”=사랑을 키워가는 덕훈(김주혁)과 인아(손예진). 마침내 서로의 몸을 섞음으로써 사랑을 확인하는 이들은 섹스와 관련한 다양한 표현을 말하며 내기를 건다. 별의별 단어와 표현 끝에 인아는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덕훈은 “두 사람의 몸이 만날 때의 충만한 기쁨이” 바로 “사랑”임을 알게 된다. ○“나, 자기 사랑하는데, 자기 거는 아니다?! 나, 오래오래 자길 사랑할 거 같애. 근데, 평생 자기만 사랑할 자신은 없어”=사랑이 곧 구속은 아닐진대, 인아야! 그토록 ‘진부하게’ 말하지 말라고, “벌써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느냐고 덕훈은 생각했을 터.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한, 그녀는, 흐으∼ 내꺼다!” 남녀의 간극은 그렇게 먼 것일까 아니면 인아는 이후 또 다른 사랑을 예감한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행복인 걸 알게 된 거잖아. 그러니까 그 사람하구두….연애는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도드라진 데만 보는 거야. 근데 결혼은, 삶 전체가 포개지는 느낌이야.”=다른 ‘놈’(주상욱)과 결혼을 선언하며 “말두 안 되는 걸 말같이 하”는 아내 인아.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살고 또 다른 남자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아내. 미칠 지경이다. 덕훈은 인아를 떠나보낼 수 없으니, 아니 자신이 인아를 떠날 수 없으니 “말두 안 되는” 현실이 닥쳐왔다. ○“현재 스코아, 간통이야, 간통!”=마침내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한 인아를 찾아가 다른 ‘놈’과 함께 있는 광경 앞에서 덕훈은 소리친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광팬’들인 덕훈과 인아를 통해 축구에 빗댄 절묘한 대사와 상황묘사로도 눈길을 모은다.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일하면 점수는 영원히 빵 대 빵이라구”, “옐로 카드! 한 장 더 받으면 퇴장이야”, “그녀는 날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만들었다”, “한국축구는,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게 문제에요”, “적이 꼭 적인가? 적은 또 동지잖아요, 같이 골을 향해 뛰니까, 그래서 인아씨를 사랑해요” 등의 대사가 그것이다. ○“우리 팀은 투톱 체제야.”=나인지 그 ‘놈’인지를 선택하라는 덕훈에게 인아는 미드필더의 대표주자 베컴과 피구를 끌어들이며 이렇게 말한다. “감독이 어떤 전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랑을 어떻게 유지하고 키워가느냐는 전적으로 바로 그 사랑하는 사람들에 달려 있으리라. ○“그러는 형님은 왜 인아씨랑 헤어지지 못했는데요?”=꼬박꼬박 ‘형님’이라 부르는 그 ‘놈’의 말이 가슴팍을 찌르고 들어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아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덕훈은 인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본다. 그리고 인아의 그 ‘욕망’ 아닌 ‘욕망’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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