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여신김연아그랑프리1위]①세계의눈을사로잡다.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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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가 울리자 경기장은 고요해졌다. 어두운 무덤 속에서 솟아난 죽음의 신.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선율 속에서 피어난 피겨의 여신은 칠흑을 밝히는 후광을 뿜어냈다. 귀로는 음산함과 웅장함이 느껴졌기에 눈앞에 펼쳐지는 경쾌함과 섬세함은 더 빛을 발했다.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 컴캐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2008-2009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69.50점(기술점수39.06점+예술점수 30.44점)으로 2위 안도 미키(일본·57.80점)를 11.70점이나 앞섰다. 시니어 무대 데뷔전을 치른 2007주니어그랑프리파이널 우승자 미라이 나가수(미국)는 4위. 역시 여신은 점프의 교과서다웠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공중 연속 3회전)에서는 정확히 피겨스케이트의 블레이드(날) 안쪽을 사용했고,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에서는 바깥쪽 날을 썼다. ‘플립과 러츠가 구분되는 유일한 선수’라는 명성은 이 날 경기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스파이럴에서의 표정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에서 착지가 불안해 손이 빙판을 스친 것이 옥에 티.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2분50초의 연기를 마무리 짓자 관중들은 그제야 큰 환호로 적막을 깼다. 이 날 김연아의 점수는 2007세계선수권쇼트프로그램에서 본인이 세웠던 역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71.95점)에 2.45점 뒤진다. 당시 김연아는 기술점수 41.49점, 예술점수 30.46점을 받았다. 예술점수는 당시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술점수가 크게 뒤졌다. 더블 악셀에서 실수만 없었다면 충분히 최고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던 셈. 김연아는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처음 참가했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밝혔다. 2위와의 점수차가 커 우승이 확정적인 김연아는 27일, 세헤라자데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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