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상부상조’다. 두산 김현수(20)와 홍성흔(31)이 나란히 타격 1·2위에 오른 데에는 선의의 경쟁의식 외에 서로의 방망이도 한 몫 했다.
홍성흔은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 앞서 “사실 현수가 준 방망이로 지금까지 잘 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슬럼프에 빠졌던 전반기 막바지, 아내가 “요즘 김현수가 잘 맞는데 방망이 한 번 빌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어떻게 후배 걸 뺏냐”며 고개를 흔들던 그였다. 그런데 며칠 후 김현수가 방망이 일곱 자루를 건네면서 “새로 샀는데 아무래도 나한테 잘 안 맞는 것 같다. 선배님이 쓰시라”고 줬다는 것.
홍성흔은 이후 김현수의 방망이를 쓰면서 타격 2위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쐐기홈런을 쳤던 배트도 바로 ‘김현수 방망이’ 중 하나.
그렇다고 한 쪽만 덕을 본 건 아니다. 홍성흔도 종종 배트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현수는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홍성흔의 방망이를 들고 부진 탈출에 성공했다. 흐뭇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홍성흔은 장난스레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타격왕을 뺏겼나?”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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