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MLB PS이슈&포커스]필라델피아, 28년만에WS품었다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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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4승1패우승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30일(한국시간) 비와 악천후로 46시간 만에 재개된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7회말 페드로 펠리스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 4-3으로 승리, 28년 만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날 5차전은 섭씨 5도의 추위속에서 벌어졌다. ○ 꿈은 실현된다 46세의 베테랑 제이미 모이어는 우승이 확정된 뒤 “Dream come true”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22년 베테랑 모이어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나 마찬가지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며, 미국 독립선언 당시 수도였던 곳으로 자부심이 크다. 그런데 스포츠 프랜차이즈는 줄곧 2류였다. 뉴욕, LA, 시카고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처졌다. 4대 메이저 종목의 프랜차이즈가 다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필라델피아 프랜차이즈 팀의 마지막 우승이 1983년이다. ‘닥터 J’ 줄리어스 어빙이 건재했던 NBA 76ers가 필라델피아에 마지막 우승을 선사했다.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0년이 처음이자 유일했다. 필리스는 지난 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3전전패를 당한 뒤 1년 만에 정상에 우뚝섰다. ○ 아쉬운 신데렐라 스토리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뿌린 팀은 만년 꼴찌 탬파베이 레이스다. 시즌 전 월드시리즈 우승확률 200-1이었다. 특히 레이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강팀들이 우글거리는 죽음의 지구. 이들은 두둑한 주머니로 선수들을 보강하며 전력을 구축하는 팀들. 그러나 레이스는 올 팀 연봉이 4300만 달러로 이 부문 29위. 성적은 연봉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레이스였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않았던 조 매든 감독은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선수들을 신뢰하면서 98년 창단 이래 처음 지구 우승과 함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레이스의 내년 시즌은 올해보다 밝다. 선발진의 평균나이가 25세에 불과하고, 공격진의 주축도 BJ 업튼, 에반 롱고리아 등 ‘영건’들이다. 그 동안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신생팀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제외하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레이스가 죽음의 지구에서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 왜 그랬을까 레이스 조 매든 감독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경기 후반 ‘매치업’을 하지 않아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이틀 만에 재개된 5차전에서 매든 감독은 불펜투수 기용에서 매치업(좌완-좌타자, 우완-우타자 상대) 미스로 결국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6회말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투수 콜 해멀스 자리에 대타 좌타자 제프 젠킨스를 기용했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지난 28일 비로 중단됐을 때 5회 1이닝을 던졌던 우완 강속구 투수 그랜트 벨포어를 그래도 밀어붙였다. 벨포어는 젠킨스에게 우중간 2루타를 얻어맞고 3점째를 빼앗겼다. 레이스는 7회초 로코 발델리의 솔로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어 덕아웃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러나 7회말 또 한 번 벨포어를 구원한 좌완 JP 하웰로 오른손 강타자인 선두타자 팻 버렐과 상대하다가 2루타를 허용해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불펜에서는 언더핸드스로 채드 브래드포드가 몸을 풀고 있었다. 매든은 하웰이 2루타를 맞은 뒤 스위치타자 셰인 빅토리노때 브래드포드를 세웠으나 때는 늦었다. ○ MVP 해멀스 필리스 선발 콜 해멀스는 6회말 득점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5경기 선발 등판에 5승을 거두는 최초의 투수가 될 뻔 했으나 7회초 동점으로 4승 투수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5차전에서 끝나는 덕에 MVP는 해멀스 몫이 됐다. 해멀스는 우수한 야구선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샌디에이고 출신이다. 필리스는 2002년 드래프트에서 해멀스를 1차지명(전체 17번)으로 뽑았다. 좌완에 150km의 빠른 볼을 구사하는 터라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유망주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드러났지만 해멀스는 빠른 직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 레이스의 조 매든 감독은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130km로 구속이 뚝 떨어지는 해멀스의 체인지업을 ‘파워 체인지업’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해멀스의 선배인 제이미 모이어도 체인지업의 대가지만 해멀스가 구사하는 파워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최고에 속한다. ○ 디코이 플레이(Decoy play)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를 현혹하는 플레이를 ‘디코이 플레이’라고 부른다. 외야수가 안타임에도 손을 들어 마치 포구를 한 척하는 게 디코이 플레이다. 레이스로서는 로코 발델리의 홈런 후 2사 2루에서 이와무라 아키노리의 내야안타 때 2루주자 제이슨 바틀렛이 홈을 파고들다 아웃된 게 너무 뼈아팠다. 필리스 2루수 체이스 어틀리는 이와무라의 내야안타성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송구하는 척하다가 던지지 않았다. 2루주자 바틀렛은 이미 3루를 터치했고, 1루 송구에 현혹돼 곧바로 홈으로 파고들다가 어틀리의 디코이 플레이 동작에 말려들어 홈에서 아웃돼 역전에 실패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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