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대중에게잊혀질까저도고민많이해요”

입력 200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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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호영은 식탐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와 서울 압구정의 한 홍콩 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소문난 먹성을 자랑하며 음식을 하나둘 해치우던 손호영은 god가 아닌 솔로가수로서 삶,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 지금까지 돈을 모으지 못했던 사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늘 웃는 얼굴 덕분에 근심걱정 하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이지만 손호영은 앞에서 웃기 위해 뒤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데뷔 10년차 손호영은 “god 때는 정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죠”라고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사는 낙천주의자. 그리고 나이 서른. 7집을 낸 ‘중견’가수지만 솔로 2집으로 다시 가요계의 철문을 두드리고 있는 손호영은 “멋있게 늙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대중에게 잊혀질까 저도 고민 많이 해요” -식탐은 여전하신가요. 예전에야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아니에요. 아직도 많아요.(웃음) 전 나중에 꼭 음식 관련 일을 해볼 거예요. 가수를 안 했으면 아마 요리를 했을 것 같아요.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직접 만들어 보거든요. 다행히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네요.” -god 때 당신 모습이 생각나요. 솔로로 전향하면서 남자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예전에도 남자다웠어요. (강)호동이 형님도 늘 ‘이 놈 남자야’라고 얘기하셨어요. 다만 그룹 안에서는 각자 멤버의 역할이 있고 조화가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또 연예계 생활에서 웃을 일이 많잖아요.” -그런가요? 연예인들은 의외로 많이 웃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안 웃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항상 웃고 얘기하고. 신경전도 있지만 카메라 불이 들어온 후에는 없잖아요.” -지금 뭐가 가장 힘드세요. “살아남기가 힘들어요.(웃음)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기 힘든 곳이죠. 금방 잊혀지고.” -손호영에게는 ‘god’라는 브랜드가 있잖아요. 파워도 있고. “그런 게 소용이 없어요. 브랜드가 있어도 고정적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을 해야 하고 안 그러면 잊혀져요. 요즘은 템포가 빨라져서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있을까요. “많이 보이는 것. 예전에 영향력이 있던 시기는 많이 지난 것 같아요. god 때는 정상이었어요. 자부심도 하늘만큼 커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잖아요” -솔로 전향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뭔가요. “솔로하는 분들 마음고생 많이 하실 거예요. 예전 그 느낌을 혼자 받아볼 수 있을까 기대하게 되고, 그 때처럼 물 흐르듯이 잘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잘 안 되니까요. 여러 명이서 무대를 채우다가 혼자서 채우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요.” -노력을 많이 하는 가수로 유명한데요. “아직도 부족해요. 1집 낼 때도 숨쉬기부터 기초 트레이닝을 하루에 8시간씩 받았어요. 그룹 멤버가 아닌 솔로로서 역량을 보여주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항상 웃는 모습이어서 주위 사람들이 힘들 걸 잘 모를 것 같아요 “그게 더 좋아요. 아플 때 알아주면 좋은데 ‘나 힘들어요’, ‘나 불쌍해요’라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기도 해요. 나는 가수고 어떤 이에게는 우상 같은 사람인데 그건 아니잖아요. 또 제 일에 한해서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요. 이상하죠. 남의 일에는 잘 울어요. 저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고도 울어요.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힘든 거는 내가 견딜 수가 있으니까 안 울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지더라고요. 슬퍼하고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잖아요.” -데뷔한 후에 운 적이 한 번도 없나요. “딱 한 번 있었어요. god 100회 공연할 때.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전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어요. (김)태우가 ‘저희끼리 무대 위에서 1분만 생각하게 해주세요’ 하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그 때 딱 한 번이었어요.” “지금까지 저를 위해 쓴 돈은 500만원이 채 안 될 걸요” -머리가 좋은 걸로 아는데. 아이큐는 얼마였어요. “137?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전형적인 공부 잘 하는 날라리(?)였네요.(웃음) “아버지가 공학박사였는데 제가 공부를 싫어하니까 방학 동안 자습서를 베끼게 하셨어요. 하루에 몇 장씩, 인사말부터 마지막장까지 모두 베끼게 하셨죠. 생각없이 해도 수학을 100점 받았어요. 늘 10위권 안에 들었으니까. 전 벼락치기 제왕이었어요.(웃음)” -가수도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면 좋겠네요. “그렇게 하면 1등을 몇 번 했겠죠. 그래서 연예계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들은 연예계를 동경하죠. “솔직하게 지금까지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어요. 저 같은 연예인들이 많을 거에요. 예전에는 모았는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다 쓰게 됐죠. 그 중에서 저를 위해 쓴 돈은 500만원이 채 안 될 걸요. 벌기도 어렵지만 모으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효자라고 하던데요. “아버지를 위해 쓰는 돈은 한 푼도 아깝지 않아요. 절 있게 해준 분인 걸요. 제가 어렸을 때 가출도 하고 속을 많이 상하게 해드렸잖아요.” -악성댓글 때문에 힘들진 않으세요. 잘 버티는 것 같아요. “일단 안 봐요.(웃음) 사람들은 그런 말 때문에 죽고 싶다고 하는데 전 아무런 꿈이나 포부가 없을 때 죽고 싶었어요. 그 시기를 거쳐서 god로 성공했는데 왜 죽고 싶겠어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손호영의 포부는 뭔가요. “올라가야겠죠. 그리고 멋있게 늙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장소제공=서울 압구정동 백오십인더시 (百五十in the sea)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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