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낀’김성근,맥주세례에‘귀탈’

입력 200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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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SK의 우승은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털어놓은 대로 두산 배터리의 카운트별 볼배합 패턴, 두산 타자들의 카운트·구질별 타율 통계, 또 타구 방향을 전부 수치화한 과학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치로 설명할 수 없는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력이나 미신 같은 징크스도 작용했다. 제아무리 SK가 ‘무결점 야구’로 수식돼도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반증일 테다. ○채병용이 급조 마무리로 나선 이유 SK 마무리 정대현의 시리즈 등판은 소위 ‘베이징 따블플레이’를 성공시킨 3차전이 마지막이었다. SK는 4-5차전에 마무리로 채병용을 썼다. 김 감독은 2차전 이후 “채병용은 선발이고, 보직 이동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는데 왜 말을 바꿨을까. 나중에 드러난 실체는 정대현의 허리 통증이었다. 정대현은 4차전 직전 훈련 도중 돌연 통증을 호소했고, 김 감독은 이를 극비에 부친 뒤 시즌 중 불펜 테스트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던 채병용을 마무리로 돌렸다. 김 감독은 5차전에는 레이번까지 전원 불펜 대기령을 내렸지만 채병용이 9회말 1사 만루에 몰렸어도 불펜에 투수를 대기시키지 않고, 마무리로 신뢰했고, 그 성과를 얻었다. ○조웅천이 공격 때만 몸 푼 속사정은? SK ‘성실맨’ 조웅천은 한국시리즈 우승 뒤 ‘불펜 선동열’이 됐던 까닭을 밝혔다. SK가 공격할 때만 몸을 풀었는데 묘하게도 그러면 꼭 SK의 점수가 잘 나오는 징크스가 있어서였다. 조웅천은 “막상 우리 수비할 땐 (정말 나가서 던질 투수가 몸 푸느라) 나는 덕아웃에 들어가야 했다니까요”라고 자학개그를 했지만 그 정성에 하늘도 감복한 듯하다. ○최정의 기묘한 꿈 SK 최정은 5차전을 앞두고 “꿈에 고양이가 나오면 어떤 의미에요?”라고 물었다. 어떤 꿈이냐고 묻자 최정은 “다 끝나면 말 하겠다”며 함구했다. 시리즈 우승이 확정되고, 다시 물었더니 “집에서 고양이를 두마리 기르는데 내가 칼로 찔렀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고양이의 목이 저절로 붙더니 다시 살아나더라. 그래서 그냥 길렀다”라고 들려줬다. ‘섬뜩’한 꿈이었지만 현실에서 최정이 시리즈 MVP를 수상했으니 더할 나위 없는 길몽이었던 셈이다. ○김성근 감독의 축승회 후유증 김 감독은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우승 맥주파티에서 선수단의 집중공격을 당했다. 물안경까지 준비한 김 감독이지만 행사 도중 한쪽 귀 주위가 붉어져서 번지기 시작했고, 축승회까지는 어떻게 견뎠으나 상태가 심상찮아 코치들과의 2차 도중 자리를 떠야 했다. 이후 1일 병원에 들른 김 감독은 귀 치료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영양제 주사까지 맞았다. 시리즈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 탈진한 체력이 우승 확정 직후 마음이 풀리며 일거에 나타난 것이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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