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곡덧칠한‘신곡’들“흥행조준OK!”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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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곡흥행보장 …신곡받는비용과차이도없어”
김종국의 5집 타이틀곡 ‘어제보다 오늘 더’에는 노래 중간에 미국의 동요작가 에이치 씨 워크(H.C.work)의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의 멜로디가 4마디 삽입돼 있다. 김종국 소속사 원오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노래 클라이맥스 부분에 친숙한 멜로디를 삽입해 정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가사의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고자 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 번안곡 준비하던 아이들 그룹, 원곡자 허락 못 받아 발매 연기 올 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은 대표적인 번안곡이다. ‘원 모어 타임’은 이탈리아 가수 인그리드의 노래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유로댄스곡. 원더걸스의 ‘텔 미’도 스테이시 큐 노래의 주요 멜로디를 샘플링했다. 10월 발표한 마리오의 1집 타이틀곡 ‘난 니꺼’ 역시 일본 인기가수 솔자(soulja)의 ‘고코니이루요(ここにいるよ)’를 번안했다. 이 밖에 민효린의 ‘스타(Stars)’는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스타’를, 엠씨더맥스의 ‘잠시만 안녕’은 엑스 재팬의 ‘티어스’의 멜로디를 차용했다. 번안곡이나 샘플링곡을 앨범에 담으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최근 외국곡이 인기를 모으면서 퍼블리싱권(저작물을 기타의 방법으로 복제하여 다수 독자에게 발매 또는 배포하는 일)을 허가받는게 힘들어지고 있다. 한 아이들(idol)그룹은 번안곡으로 타이틀곡을 정한 후 뮤직 비디오까지 제작했지만 원곡자 허락을 받지 못해 결국 앨범 발표를 연기했다. 마리오 소속사 관계자는 “‘코코니이루요’를 타이틀곡으로 하기 위해 원곡자에게 연락을 취한 후 데모 테이프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노래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 새 시도보다 시장 검증 마친 친숙한 노래가 안전(?) 그럼에도 음반 기획자들은 시간과 돈을 들여 외국 곡의 퍼블리싱권을 갖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검증 받은 곡이라는 점,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유명 작곡가에게 1000만∼2000만 원을 주고 신곡을 받는 거나 원곡을 사오는 비용이나 차이가 없다”며 “불황이 지속되면서 한 번 실패는 큰 타격으로 돌아온다. 이미 검증을 마친 곡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번안곡이나 샘플링 곡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창조성 결여’ ‘단순한 베끼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음반을 제작한 기획사 관계자는 “번안곡이라고 해도 자신만의 해석이 들어간다면 좋은 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인기를 얻어려고 단타성으로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아져 아쉽다”며 “외국곡에 자꾸 기대다보면 한국 음악의 발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홍재현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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